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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재미'에 1조 사들였는데…"살려주세요" 서학개미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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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새해에만 14% 넘게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하는 등 뉴욕증시가 연일 내림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제공 로이터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새해에만 14% 넘게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하는 등 뉴욕증시가 연일 내림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제공 로이터

“나스닥 살려주세요. 저번 주에 TQQQ 샀단 말이에요.”
“SOXL 올해만 벌써 -30%다. 반도체 언제 오르냐.”

온라인의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토론방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한탄이다. 서학개미의 속을 태우는 TQQQ와 SOXL은 3배 레버리지 ETF다. 추종하는 지수가 1% 상승하면 3%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1% 내리면 3%의 손실을 보는 구조의 상품이다.

TQQQ는 프로셰어드 울트라프로 QQQ ETF로, 나스닥1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한다. SOXL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이뤄진 ICE 반도체 섹터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14% 넘게 하락하면서 서학개미의 잠 못드는 밤은 길어지고 있다.

‘3배 수익’을 노린 서학개미의 바람과 달리 뉴욕 증시는 최악의 1월을 지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0.19% 하락한 3만4297.7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1.22% 내렸고, 나스닥은 2.28% 급락했다. 중앙포토

‘3배 수익’을 노린 서학개미의 바람과 달리 뉴욕 증시는 최악의 1월을 지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0.19% 하락한 3만4297.7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1.22% 내렸고, 나스닥은 2.28% 급락했다. 중앙포토

올해 들어 서학개미가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4개가 '3배 레버리지' ETF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25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TQQQ였다. 지난 17거래일간 TQQQ 4억878만 달러(약 4896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순매수 3위 종목은 SOXL로 2억5525만달러(약 3057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9위는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FANG) 등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팡 이노베이션 3배)으로 순매수액은 7583만 달러(약 908억원)에 이른다. 10위는 기술주로 구성된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TECL)로 서학개미는 6259만 달러(약 749억원)어치 사들였다.

나스닥 100지수 수익의 2배를 추구하는 ETF(676억원)와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588억원) 등에도 수백억 원의 투자금이 쏠렸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델타 바이러스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 한 달 만에 지수가 반등하며 서학개미가 레버리지 투자로 수익을 본 뒤 (레버리지 ETF의) 인기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나스닥 널뛰기의 과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스닥 널뛰기의 과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배 수익’을 노린 서학개미의 기대와 달리 뉴욕 증시는 최악의 1월을 보내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올 들어만 14.5% 하락했다. 25일(현지시간)에도 전날보다 2.28%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다우존스지수도 올해 들어 각각 9.18%와 6.25% 하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에 올라탄 서학개미의 손실 규모는 지수 하락의 3배 수준이다. TQQQ는 올해 초보다 38%, SOXL는 44% 급락했다. 팡 이노베이션 3배 ETN은 47%, TECL은 36% 하락했다.

문제는 나스닥 등의 추가 하락 전망이 이어지는 데 있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지난 2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스닥이 약세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약세장은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스닥이 지금보다 6% 이상 더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증시 급락을 예상했던 일본 미즈호 증권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로 S&P500은 현재보다 12% 낮은 3800까지 떨어질 수 있고, 나스닥도 120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뉴욕증시가 바닥이 아니라는 전망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스닥이 약세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뉴욕증시가 바닥이 아니라는 전망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스닥이 약세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Fed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질 텐데 레버리지는 (변동) 폭이 더 크다”며 “단기간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부른 물타기(저점 매수해 매수단가를 낮추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부문 대표는 “레버리지 상품은 특성상 ‘음의 복리효과’가 있어 장기투자할 수 없는 구조”라며 “단기간 주가의 상승 주기를 홀짝 게임을 하듯 예측해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음의 복리효과는 손실을 본 뒤 원금 회복을 위해 하락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상승이 필요하단 의미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기존 1배짜리 ETF에 투자했다면 나스닥이 20% 하락했을 때 200만원 손실을 보게 된다. 이후 다시 원금 1000만원 수준을 회복하려면 지수가 30%만 오르면 된다.

하지만 3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지수가 20% 하락하면 60%의 손실을 보게 돼 투자금이 400만원으로 쪼그라들고, 이후 원금을 회복하려면 지수가 40% 오르며 120% 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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