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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과주말을] 마음을 정화시키는 신비한 '허브 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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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식물동화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예담 168쪽, 9500원

허브차, 허브 삼겸살, 허브 비누, 허브 비빔밥….

가히 허브(약초식물)시대다. 배종옥.강혜정 주연의 영화 '허브'도 개봉 준비 중이다. 환경친화적 음식.약품이 각광을 받으면서 허브는 소위 웰빙산업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제 '허브동화책'도 나왔다. 자연(허브)과 순수(동화)의 만남이다. 식물 허브가 온갖 유해물질의 협공을 받고 있는 현대인의 육체를 보호해준다면 동화 허브는 탐욕과 욕망에 찌든 우리의 정신을 정화해준다. 당연, 세파에 지친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예컨대 라일락 편. 언뜻 '나무꾼과 선녀'가 생각난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살려준 나무꾼이 선녀를 아내를 맞은 것처럼 도끼에 쓰러질 라일락을 구해준 목동이 어여쁜 공주를 아내로 맞는다. 중요한 건 목동의 소탈한 마음. 라일락의 뿌리와 꽃, 그리고 열매로 임금님의 깊은 병을 고친 목동이 원하는 건 나무를 심을 땅 한 평과 작은 집 한 채 뿐이다.

신선초 대목도 매우 교훈적이다. 악마의 장난으로 아이들이 거의 사라진 한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게 한 사람은 바로 거지였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착한 거지만이 신선초 달인 물로 악마의 마법을 풀 수 있었다. 온갖 산해진미에 둘러싸여 사는 두 임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약초 바질의 향기도 그윽하다.

'식물동화'에는 쥐오줌풀.라벤더.페퍼민트 등 신비한 식물에 얽힌 얘기 17편이 실렸다. 참다운 웰빙은 역시 마음에 있다는 진실을 새삼 일깨운다. 잠시나마 소박한 삶의 지혜에 푹 빠져보시길….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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