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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칭해 미니홈피 개설뒤 연예인 행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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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 누나 사랑해 영원히"

싸이월드에 개설된 영화배우 전지현의 미니홈피. '윤호왕자님' 게시판에 가수 동방신기 유노윤호(본명 정윤호)의 글이 남겨져 있다. 글의 내용은 "지현 누나 사랑해 영원히"라는 사랑고백. 전지현은 유노윤호를 '멍멍이'라고 부르고 유노윤호는 전지현을 '이쁜이'라고 부른다. 게시판과 방명록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글이 많다.

이 홈피의 일촌평 목록과 방명록에는 동방신기의 멤버 다섯명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슈퍼쥬니어, 가수 이효리, 이승기, 아유미, 탤런트 고아라 등 연예인의 글이 남겨져 있다.

전지현의 홈피를 통해 다른 연예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봐도 비슷한 글들이 눈에 띈다. 가벼운 스캔들조차 나오지 않았던 연예인들끼리 자연스럽게 애정 관계를 과시한다. 신청을 했을 때에만 등록되는 커플 아바타는 기본.

그런데 공공연하게 올라와있는 이들의 열애 사실이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미니홈피에 있다. 이들 홈피가 진짜가 아닌 가짜이기 때문이다. 물론 홈피 주인 역시 가짜다.

실제로 전지현 사칭 미니홈피에 일촌으로 등록돼 있는 연예인 30 ̄40명의 미니홈피는 모두 가짜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놀이를 위해 만든 가짜 미니홈피를 '엔조이 홈피', '엔조이 싸이'로 부른다.

사칭 홈피의 주인은 마치 자신이 연예인이 된 듯 글을 남긴다. 다이어리에는 "제발 숙소에 찾아오지 마세요", "컴백 무대 기대해주세요"와 같은 글들이 올려져 있다. 사진첩에는 연예인들끼리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둔 뒤 마치 자신이 그 일원인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전지현과 유노윤호의 경우처럼 서로 커플을 맺는 경우도 많다.

◆ 네티즌 "사칭인 줄 알면서도 같이 놀아요"

네티즌들은 "어차피 놀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연예인 사칭 홈피와 일촌을 맺고 팬레터를 남기는 네티즌들도 있다.

네티즌들은 "내가 남긴 방명록을 읽어줄 리 없는 연예인보다 친구처럼 다정하게 답글을 남겨주는 엔조이 홈피 주인이 더 정감 간다"고 말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다 알면서 속아주는 것도 사칭 놀이에 참가하는 한 방법이다.

한 네티즌(ID doberman)은 "연예인을 사칭하는 사람과 사칭인 것을 알면서도 함께 노는 네티즌들 모두 이 놀이를 통해 연예인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사칭 놀이를 바라보는볼 수는 있겠지만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의 이름을 이용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교수는 "채팅을 할때 전혀 닮지 않은 사람이 장동건이나 이영애를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며 "알면서 속아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홈피의 경우 당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예인 행세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이 탈법성이 있는지 여부를 모르고 있다"면서 "청소년과 네티즌들이 자신의 행동을 명확히 알고 책임질 수 있는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운영자들의 손도 더 바빠지고 있다. 수시로 모니터링을 하고 신고가 들어오는대로 제재를 가해도 같은 일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홍보팀의 권창현 부장은 "놀이라할지라도 '사칭' 행위는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커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사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경고 폐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검찰청 사이버수사대의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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