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둑 침투 수 차단벽 등 보강공사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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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는 평상시 강우량을 훨씬 벗어난 것이었으므로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좀더 대비를 잘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한강제방의 붕괴다.
일산제방의 붕괴는 비가 워낙 많이 와 제방 위로 물이 넘친 게 아니라 제방의 몸체 속으로 강물이 스며들어 흙을 유실시키면서 제방을 파괴한 파이핑 현상에 따른 것으로 원인분석이 되고 있다. 따라서 순전히 평소에 제방관리를 소홀히 한데서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방붕괴의 원인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제방의 기초지반에 영향을 주어 강폭 제방사면(사면)까지 흐트러뜨리는 것 ▲강물이 범람하면서 양쪽 배 사면을 침식해 파괴하는 것 ▲빠른 강물의 흐름이 강폭제방 단면을 침식하는 것 ▲제방몸체의 침투 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에 따른 파이핑 현상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제방관리는 이런 붕괴원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제방근처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등으로 기초지반의 지지 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제방근처의 패인 곳은 잘 메워 주고 제방몸체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파내 물이 흐를 수 있는 충분한 단면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 강폭 제방단면의 침식을 막으려면 호안 블록 등 적절한 보호 공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이번 붕괴원인과 같은 파이핑 현상을 막기 위해선 제방몸체와 단면을 넉넉하게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제방축조비가 많이 든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방 안쪽에 침투 수를 무리 없이 빠져 나오게 하는 두터운 여과 층을 만들거나 제방몸체 안에 침투 수를 차단하는 철관 벽을 설치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바다보다 낮은 땅을 국토의 절반이상 갖고 있으면서도 별 탈없이 살아가는 네덜란드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천재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김용원<명지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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