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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한복판서 남녀 죽인 中동포…전 여친도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남녀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중국 동포에 대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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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2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해 여성과 지인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가 범행을 저지른 장소는 여러 사람들이 오가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번화한 길거리였다. 이에 현장 영상까지 공개되고 ‘대림동 남녀 살인 사건’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옛 연인 재결합 거부해서”…法 “피해자와 연인 아니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 및 1심 재판에서 줄곧 피해 여성과 연인 관계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연인이 있는 피해 여성에게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해 사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봤다.

심지어 A씨가 피해 여성의 목을 조르는 일도 있었지만 피해자는 A씨가 강제추방될까 봐 염려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피해 여성은 ‘당신이 무서워요’ ‘당신이 내 몸과 마음에 준 상처를 잊을 수 없다’고 교제 요구를 계속 거절했지만 A씨는 ‘나는 너를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범행 한 달 전쯤 피해 여성을 우연히 만난 A씨는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했고, 사건 발생 당일 당시 A씨는 피해자가 일하는 가게로 찾아갔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영원히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다”고 하고, 여성의 지인과도 그로 인해 언쟁이 붙자 살인을 결심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골목에서 중년 남녀 2명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들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골목에서 중년 남녀 2명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들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연합뉴스

“술 취해 심신미약”…法 “정상 범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

A씨 측은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신미약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약한 상태를 뜻하는 법률 용어로, 형을 감경받기 위해 자주 쓰이는 변론 전략이다. 형법 10조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자(심신상실)나 미약한 자(심신미약)는 벌하지 않거나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범행 전에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가 아니라 정상범주 내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들의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의 딸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서 자신을 뒷바라지해주던 피해자를 보지 못하다가 1년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만나게 됐다”고 했다.

심지어 A씨는 수사기관에서 “목숨이 조금 붙어 있으면 뭐하겠어요. 죽이려면 완전하게 죽여야지”라고 진술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피고인이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필요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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