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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다이어트 실패하고 불면·분노로 힘든가요? '건강 일기' 쓰면 확 좋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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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식사·수면·감정·치매 일기 실천법

경제적인 살림살이를 위해 가계부를 쓰듯이 건강을 위해 일기를 쓰면 미쳐 몰랐던 잘못된 습관을 알아차리고 교정할 수 있다. 매년 다짐과 달리 체중 조절이 잘 안되고 늘 깊은 잠을 자기 힘들거나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고민인 사람들에게 건강 일기는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된다. 하루의 일과를 회상하는 일기 쓰기는 노년기 기억력을 강화하는 훈련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늦추는 역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 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를 쓰기 위해 일정 시간을 투자하고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다. 1년 건강을 다스리는 4대 건강 일기의 힘과 실천법을 짚어본다.

1 과식 악순환 끊는 식사 일기

식사 일기로 자신의 식단을 복기하면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 효과가 좋다. 식사 일기에는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 먹은 시간 등을 기록한다. 밥 반 공기와 같은 표현으로 간단히 적어도 되며 간식·음료도 포함한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골고루 제때 잘 먹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자기도 모르게 끼니를 거르고 편식하며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사 일기를 쓰면 자주 먹는 음식의 종류와 끼니별 식사량, 간식의 횟수·종류, 식사 시간이 규칙적인지 아닌지 등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식습관 문제를 짚어볼 땐 일주일만 매일 적어봐도 문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후엔 주 3회 정도 적어가며 꾸준히 식사 습관을 돌이켜 보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먹기로 결정했을 때와 먹고 난 뒤의 감정 상태를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어 열량 과잉으로 이어진 것인데도 비만 치료약만 처방받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식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떤 상황이 과식을 유발하는지 찾아야 한다.

당뇨병·고지혈증 치료를 받는 사람이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 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졌다면 식사 일기를 들여다보는 게 일종의 처방이 될 수 있다. 식사를 제대로 하는데도 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일기를 들여다보면 당 함량이 높은 농축액이나 드링크제를 몸에 좋다며 하루에 서너 번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 교수는 “식사 일기 쓰는 것을 귀찮아하면 본인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해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질병이 악화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며 “본인이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양·대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동네 보건소나 주치의에게 영양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 잠 효율 높이는 수면 일기 

수면 일기는 수면 환경과 습관을 파악해 수면 위생을 바로잡는다. 수면 위생은 숙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 규칙이다. 수면 일기에는 잠자리에 눕는 시각, 실제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수면 중 각성 빈도와 시간, 깨어난 시각, 잠자리에서 나온 시각, 총 수면 시간, 낮잠 빈도와 시간을 적는다. 또 기상 시 느낌, 오늘의 피로도를 평가한다. 카페인 음료와 음주 여부, 약물 복용과 내용, 운동 시간도 함께 적는다. 그래야 각 요소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수면 일기는 궁극적으로 잠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최윤호 교수는 “잠이 오지 않는데도 더 자기 위해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습관은 오히려 수면과 잠자리의 해리 현상을 일으켜 불면증을 악화한다”며 “잠자리가 생각·걱정을 하는 등의 장소로 습관화되면 졸린 데도 잠자리에 갔을 때 오히려 깨버린다”고 했다.

수면 일기를 활용한 수면제한법은 수면 효율(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 중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의 분율)을 높인 후 낮에 졸리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은 8시간이지만 실제 자는 시간은 5.5시간인 경우, 수면 효율은 68.7%(5.5/8×100)다. 수면 효율이 85% 미만인 경우, 일단 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을 실제 자는 시간만큼(5.5시간) 줄인다. 매주 잠자리에 눕는 시각과 기상 시각 등을 조정하며 수면 효율을 늘릴 방법을 찾는다. 일주일 평균 수면 효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지면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15~20분씩 늘리고, 85~90%일 땐 유지한다. 최 교수는 “이런 과정은 수면의 질을 서서히 높여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에 도달하게 한다”며 “단,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5시간 이내로 제한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3 조절하는 힘 기르는 감정 일기

스트레스와 불안 등으로 힘들고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의 하나는 감정 일기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이나 분노했던 사건을 글로 적어보면 감정을 객관화시켜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길러준다.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반복되는지 알아차리면 그에 대해 단순 반응하는 데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나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나오는 반응들은 감정을 유발한 상황이나 감정과 연계된 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감정 일기를 통해 특정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알게 되면 기존의 단순 반응에서 벗어나 거리감을 두는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의 객관적 크기보다 그 사건을 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강 교수는 “같은 상황에서 이전과 다르게 경험하는 새로운 감정이나 상황, 관계에 미치는 새로운 영향을 일기에 정리해 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감정 일기는 타인의 생각을 걱정할 필요 없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분노를 직접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지 않고 해소되는 출구 역할을 한다. 당시의 사건과 감정, 현재의 감정, 그에 대한 생각과 신체 감각도 써놓으면 좋다. 꾸준히 적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된다.

부정적인 상황뿐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이 생겼던 소소한 일상을 적는 것도 좋다. 평범한 일상은 무료하고 권태롭다고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일기를 쓰려고 기억하기 위해 특정 순간에 집중하거나 회상하는 과정에서 평소에는 지나쳤을 기분과 감정을 찾아낼 수 있다. 기분이 좋았거나 감사하고 행복했던 상황, 당시 내 생각과 행동 같은 것을 기록하면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감정 습관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

4 기억력 강화하는 치매 일기

노인에게 일기 쓰기는 기억력 강화를 위한 도구다. 매일 쓰는 과정에서 기억과 관련된 뇌신경망이 자극된다. 강동우 교수는 “일기 쓰기는 치매 진행 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삽화성 기억 저하, 즉 본인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 대한 훈련이 된다”며 “그날 발생했던 일들 위주로 작성하므로 동일한 내용을 단순 반복해 회상하는 것보다 기억 훈련을 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기에는 그날 발생한 일과 중 몇 가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도록 한다. 의사결정과 정보처리 같은 고위 인지 기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발생했던 일에 대한 의미와 동반된 감정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일기 쓰기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려면 새로운 기억 형성에 도움이 되는 다채로운 일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안심센터나 주간보호센터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강 교수는 “환자가 동일한 일과를 반복하는 상황이면 일기 쓰는 빈도를 낮추는 것이 낫다”며 “구체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신규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일기를 쓰는 것은 일기 쓰기에 대한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하게 반복되는 일과인데도 구체적인 내용을 회상하는 것이 어려울 만큼 기억 저하가 있으면 새로운 기억이 추가되지 않아도 일기 쓰는 빈도를 매일 유지해도 된다. 강 교수는 “환자의 인지 저하 상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뒤 담당 의사의 지도하에 적절한 강도의 일기 쓰기 습관을 갖게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챙길 것도 있다. 강 교수는 “환자가 일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도록 보호자가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환자가 회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보호자가 회상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공하거나 일기 작성 과정에서 적절한 질문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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