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자흐 시위로 164명 사망"…KGB 수장은 반역혐의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AP=연합]

지난 8일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AP=연합]

8일(현지시간) 타스·로이터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는 성명을 통해 카림 마시모프 전 KGB 위원장과 사마트 아비쉬 KGB 제1부위원장을 체포했다. KGB는 “국가반역 혐의에 대한 조사 중 수감됐다”고 밝혔다. 단, 구체 혐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마시모프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정부에서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최측근이다. 또 아비쉬 제1부위원장은 나르자바예프의 조카다. 외신 등은 카자흐스탄 내 정치 엘리트 간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부터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 등에선 액화석유가스 폭등 여파로 시위가 발생해 지금까지 군과 시민 수십여 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나자르바예프의 충성파인 마시모프가 반역 혐의로 구금됐다는 발표는 카자흐스탄 정치 엘리트 간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유라시아 전문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다닐 키슬로프는 “마시모프는 카자흐스탄 정치의 마스토돈(Mastodon, 마모트)으로 여겨져 왔다”며 “나자르바예프의 심복으로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나자르예프바 전 대통령 세력이 이번 사태와 연관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예르무하메트 예르티스바예프는 국영방송에 출연해 알마티 시위 주동자들이 토카예프 대통령 축출을 기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KGB 관계자가 개입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을 공격할 때 KGB가 공항 경비를 해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직접 의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대통령에서 물러났지만, NSC를 통해 여전히 막대한 권력을 행사해왔다.

한때 나자르바예프가 해외로 도망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의 대변인은 그가 수도 누르술탄에 머물고 있으며, 토카예프 대통령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LPG 가격 인상에서 시작됐지만, 근본적으로 나자르바예프 독재 기간(1990~2019년) 쌓인 민중의 분노에서 촉발됐다고 외신 등은 전했다.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현수막에 가려진 희생자 시신이 불에 탄 군용 트럭 근처에 방치돼 있다. [AP=연합]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현수막에 가려진 희생자 시신이 불에 탄 군용 트럭 근처에 방치돼 있다. [AP=연합]

이날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소요사태에 가담한 5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체포된 시위 가담자 중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지만,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시위대 사상자는 50명을 넘어섰고, 진압에 투입된 군경 가운데서도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9일 AP통신은 카자흐스탄 보건부의 발표를 인용해 일주일간 이어진 이번 시위로 사망한 사람이 164명이라고 보도했다. 164명이 민간인만 해당되는 것인지 진압 경찰도 포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당국은 이날 새벽 발표 때까지도 시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민간인 26명, 경찰 16명'이란 입장이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알마티 시내는 가끔 들리던 총성이 멎는 등 안정을 되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또 카자흐스탄에 파병된 러시아 공수부대는 이번 사태에서 주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파병을 둘러싼 미·러 간 신경전도 계속됐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역사적으로 러시아인이 집에 들어오면 그들을 떠나게 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한 미국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