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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이 불 댕긴 원화값 1200원 시대…수입 물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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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통화 긴축)의 본색을 드러내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시차를 두고 미국·아시아·유럽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국내에선 주가와 원화값, 채권 가격이 나란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미끄러지는 원화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끄러지는 원화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3% 내린 2920.53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1일(2899.72) 이후 가장 낮다. 코스닥의 낙폭은 훨씬 컸다. 전날보다 2.9% 하락한 980.3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1일(996.6) 이후 보름 만에 다시 1000선을 뚫고 내려간 것이다. 일본 닛케이(-2.88%)와 중국 상하이 지수(-0.25%)도 하락했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도 1% 안팎 하락 출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201원으로, 전날보다 4.1원 떨어졌다(환율 상승). 원화값이 1200원대를 기록한 건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채권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포인트 오른 연 2.013%로 마감했다.

앞서 미국 시장도 흔들렸다. 5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3.34% 급락했고 S&P500(-1.94%), 다우존스(-1.07%)도 약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7%대로 올라섰다.

금융시장을 흔든 충격의 ‘방아쇠’는 Fed가 당겼다. 5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 대다수는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빠르게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끝나면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란 파월의 발언보다 수위가 높다.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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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첫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테이퍼링이 끝난 직후인 오는 3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하는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67.8%까지 상승했다.

시장이 화들짝 놀란 것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져서만은 아니다. 시중의 달러를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가능성까지 예고하면서 발작을 겪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첫 기준금리 인상 후 조기에 대차대조표(B/S)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ed의 보유 자산은 현재 8조8000억 달러(약 1경500조원)로, 최근 2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

원화 약세로 거시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낮은 원화가치=수출 호조’는 옛말이다.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구조 때문이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들여서 가공해 수출하거나, 중간재를 국외로 넘긴 다음 현지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국내 수출 제조기업 사이에 자리 잡았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비싼 돈을 주고 원자재 등을 사와야 한다.

선진국의 유동성 흡수에 따른 신흥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오히려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도 위험 요소다. 원자재가 상승,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이미 고공행진 중인 국내 물가를 더 자극할 변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 37.4%)은 수출액 증가율(18.3%)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5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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