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2019년 1월 5일 아침. 일본 아오모리(青森)현 오마(大間) 항의 참다랑어잡이 어부 후지에다 료이치의 집에 전화가 울렸다. 상대방은 도쿄 도요스(豊洲)어시장의 중개인.
"3억3360만엔(약 34억 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뭐라고요? 뭔가 자릿수가 틀린 거 아닌가요?"
후지에다는 하루 전 1월 4일 아오모리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에 위치한 쓰가루(津軽) 해협에서 잡은 278kg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가 3억엔이 넘는 가격에 낙찰될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 kg당 120만엔(약 1240만원). 쉽게 말해 횟집에서 나오는 참치 회 한 점에 2만3000엔(약 24만원)이 되는 셈이었다. 평상시 한 마리 당 가격은 500만~600만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경매가가 나온 것일까.
일본은 말 그대로 참치 왕국이다. 전 세계에서 잡히는 참치 중 일본에서 소비되는 비율은 약 30%. 이 중 통조림용 참치 등을 제외한 '횟감'으로 쓰이는 참다랑어(구로마구로)만 놓고 보면 약 80%가 일본인이 소비한다. 전 세계에서 압도적 1위다. 특히 매년 1월 5일 첫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되는 참치는 '이찌방(최고) 참치'라 불리며 대형 참치 횟집들이 거액을 걸고 덤벼든다.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는 데다, '횟감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참치를 첫 경매에서 따내면 1년 중 운수가 좋다는 일본 특유의 통념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최근 들어선 중국계 대형 횟집 체인이 늘어나면서 '일본 대 중국'의 자존심 경쟁의 양상도 띠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이야기가 됐다. 코로나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배달음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선도가 생명인 참치회를 찾는 일도 확 줄었다. 대형 참치 체인들도 홍보 효과를 노려 첫 경매에 거액을 쏟아부을 여력도 사라졌다. 2019년 3억3360만엔을 신년 첫 참치에 쏟아부었던 쓰키지 기요무라(喜代村) 체인은 그해 296억엔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 매출은 190억엔으로 36% 급감했다.
그 때문일까. 5일 새벽 5시 열린 올해 첫 참치 경매에서 '이찌방 참치'의 낙찰가는 1688만엔(약 1억7500만원). 3년 전의 20분의 1(5%) 수준에 그쳤다. 크기가 3년 전 때보다 다소 작은 211kg짜리였다고는 하지만 kg당 단가도 8만엔으로 6.7%에 불과했다. 코로나의 영향을 처음으로 받았던 지난해 1월 첫 경매에 비해서도 20%가량 낙찰가가 떨어졌다. 참치 첫 낙찰가격이 일본의 신년 소비지표 역할을 해 온 걸 고려하면 2022년의 일 경제전망도 썩 좋지 않은 셈이다.
일 언론들은 "경기악화가 신년 참다랑어 낙찰가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한 마리에 억엔 단위의 축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날 최고가로 응찰한 도매업체 '야마유키(山幸)'의 야마구치 유키타카(山口幸隆) 사장은 "코로나 19로 어두운 뉴스가 많은데 행운을 주는 (새해) 첫 (낙찰) 참치를 먹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야마유키는 이 참치를 해체작업을 거쳐 스시 체인인 '긴자오노데라' 운영 업체에 5일부터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