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깜짝 복귀’는 없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 대표가 31일 오찬 회동을 했지만, 두 사람은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채 돌아섰다. 윤석열 후보에게 닥친 당내 악재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는 이날 낮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선대위 직책을 모두 내려놓은 뒤 윤 후보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달래기 위한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과의 설전으로 촉발된 윤 후보 측과의 갈등 끝에 선대위를 떠난 뒤 “선대위 전면 쇄신”(30일 TBS라디오 인터뷰)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식사 뒤 취재진과 만난 김 위원장은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선대위에 돌아오고 안오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며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어 식당을 나선 이 대표 역시 “특기할만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제가 사퇴 이후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선대위의 변화를 포함해 대선을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제 복귀의 전제조건도 아닐 뿐더러, 조건부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고 했다.
양측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윤 후보 및 선대위를 향한 쓴소리를 자제하는 대신 당 대표로서 대선에 기여할 수 있는 행보를 늘려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의 회동 뒤 가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복귀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그는 “후보가 하는 것을 보고 조력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면 능동적으로 도울 수 있겠지만,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이준석 리스크가 꼽힌다’는 지적에 “선대위에 속해있던 때 역할과 권한을 부정당했다. 내가 꼭 필요했다면 일련의 사태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을 것”이라며 “협박과 회유의 과정은 있었지만, 억지 봉합을 해보려는 게 아니면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저는 (지금 상황을) 갈등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선 후보인 저와 이준석 대표가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갖고 선거해 낼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전 윤 후보와 함께 서울현충원 참배에 나선다. 앞서 선대위 내부에선 이 대표가 현충원 참배에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는데,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 전후로 이 대표의 참석이 확정됐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마주하는 건 지난 17일 오후 당 선대위 후원금 모금 행사 이후 15일 만이다.
다만 이 대표는 현충원 참배 뒤 윤 후보와 별개로 제주도와 전남 순천을 방문할 계획이다. 두 곳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던 지난 3일 ‘울산회동’ 직전 이 대표가 찾았던 곳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윤 후보와의 사이가 다시 멀어졌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 국면이 수습되지 않으면서 선대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윤 후보 지지율이 선대위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커질 경우 당내에서 선대위 인적 쇄신 요구가 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주가 진정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언급하는 이도 늘었다고 한다. 그간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던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선 “(단일화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면서도 “(합치는 것이)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