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 안만난다"는 이준석, 울산회동 직전 찾은 제주·순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깜짝 복귀’는 없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 대표가 31일 오찬 회동을 했지만, 두 사람은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채 돌아섰다. 윤석열 후보에게 닥친 당내 악재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는 이날 낮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선대위 직책을 모두 내려놓은 뒤 윤 후보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달래기 위한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과의 설전으로 촉발된 윤 후보 측과의 갈등 끝에 선대위를 떠난 뒤 “선대위 전면 쇄신”(30일 TBS라디오 인터뷰)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식사 뒤 취재진과 만난 김 위원장은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선대위에 돌아오고 안오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며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준석 대표와 오찬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준석 대표와 오찬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식당을 나선 이 대표 역시 “특기할만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제가 사퇴 이후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선대위의 변화를 포함해 대선을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제 복귀의 전제조건도 아닐 뿐더러, 조건부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고 했다.

양측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윤 후보 및 선대위를 향한 쓴소리를 자제하는 대신 당 대표로서 대선에 기여할 수 있는 행보를 늘려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의 회동 뒤 가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복귀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그는 “후보가 하는 것을 보고 조력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면 능동적으로 도울 수 있겠지만,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이준석 리스크가 꼽힌다’는 지적에 “선대위에 속해있던 때 역할과 권한을 부정당했다. 내가 꼭 필요했다면 일련의 사태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을 것”이라며 “협박과 회유의 과정은 있었지만, 억지 봉합을 해보려는 게 아니면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저는 (지금 상황을) 갈등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선 후보인 저와 이준석 대표가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갖고 선거해 낼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왼쪽)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왼쪽)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전 윤 후보와 함께 서울현충원 참배에 나선다. 앞서 선대위 내부에선 이 대표가 현충원 참배에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는데,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 전후로 이 대표의 참석이 확정됐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마주하는 건 지난 17일 오후 당 선대위 후원금 모금 행사 이후 15일 만이다.

다만 이 대표는 현충원 참배 뒤 윤 후보와 별개로 제주도와 전남 순천을 방문할 계획이다. 두 곳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던 지난 3일 ‘울산회동’ 직전 이 대표가 찾았던 곳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윤 후보와의 사이가 다시 멀어졌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 국면이 수습되지 않으면서 선대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윤 후보 지지율이 선대위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커질 경우 당내에서 선대위 인적 쇄신 요구가 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주가 진정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언급하는 이도 늘었다고 한다. 그간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던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선 “(단일화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면서도 “(합치는 것이)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