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직무집행법 “엉뚱하게 개정”/직권남용 처벌조항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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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임의동행거부 고지의무도/수갑ㆍ경찰봉등 사용제한 완화/“시국치안 편승 인권침해 우려”
경찰관의 무리한 임의동행과 직권남용으로 인한 말썽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치안본부가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경찰관이 당사자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고 고지토록 의무화한 조항과 경찰관의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키로해 경찰이 국민기본권 보호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치안본부는 15일 시국치안대책의 하나로 이같은 내용의 경착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마련,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통과되는대로 내년 3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3조4항 「경찰관은 당사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자유와 언제든지 경찰관서로부터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고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3조6항의 동행한 경우 3시간을 초과해 경찰관서에 머무를 수 없도록한 규정을 24시간으로 연장토록 되어있다.
개정안은 또 ▲12조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는 벌칙조항을 삭제하고 ▲10조의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에 해당하는 범죄인을 체포할때 수갑ㆍ포승ㆍ경찰봉을 사용토록 한 규정을 장기 1년이상의 범죄로 바꿔 사실상 모든 피의자에게 사용할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중 임의동행 관련조항과 직권남용에 대한 벌칙조항은 6공들어 경찰관의 임의동행ㆍ직권남용에 대한 말썽이 잇따르자 88년 12월31일자로 개정안에 포함시켰던 것으로 2년만에 후퇴하는 셈이다.
치안본부 관계자는 15일 개정이유에 대해 『임의동행 규정이 너무 엄격해 범죄단속이나 범인검거에 지장을 받고 있는데다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규정이 경찰관의 사기저하ㆍ소극적근무 요인이 되고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김창국변호사는 『최근 법무부ㆍ법원 등에서 현행 임의동행제도의 문제점을 인정,선직국형 모델인 체포장제도의 도입 등이 준비되고 있는데도 이같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인권보호측면에서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김변호사는 또 『88년12월 좋은 취지로 개정된 후 사실상 상징적 의미밖에 없었던 조항조차 아주 없애려는 것은 수사편의만을 생각하고 인권은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조영황변호사도 『현행 임의동행제도 자체가 인권보호차원에서 논란이 일고있는 마당에 임의동행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애려는 것은 치안확보를 내세워 경찰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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