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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미음만 먹지 않는다’…시니어 푸드,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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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9)

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면서 ‘백세시대’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졌다. 하지만 사회가 백세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가를 돌아보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많다. 세포와 신체의 노화까지 막는 기술은 나오지 않았기에 결국 이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는 여러가지다. 진작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이제는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시니어 이슈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다.

시니어 푸드는 60세 이상의 노년의 건강과 섭식 능력이 고려된 식품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시니어 푸드는 60세 이상의 노년의 건강과 섭식 능력이 고려된 식품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인 의식주, 식문화는 그중에서도 살아가는데 근간이 된다. ‘먹는 문제’는 고령화 사회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해결 과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신체 능력은 청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된다. 고로 외부 활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먹기 위한 활동’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형태나 종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일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가 힘들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노년층을 위한 시니어 푸드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니어 푸드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 노년을 위한 먹거리 산업은 실제로 어떨까.

시니어 푸드란 무엇인가?

시니어 푸드는 고령친화식품, 실버푸드, 케어푸드 등 부르는 용어가 다양하다. 시니어 푸드를 소비하는 노년층을 단순 소비자로 볼 것이냐, 아니면 환자로 볼 것이냐에 따라 용어가 달라지지만 결국 ‘어르신을 위한 먹거리’로 귀결된다. 즉, 시니어 푸드를 명명하는 것이 무엇이든 60세 이상의 노년을 위한 식품을 의미하며 그들의 건강과 섭식 능력이 고려된 식품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종류는 크게 △건강한 시니어를 위한 저당 △저염식의 일종인 웰빙(well-being) 푸드 △섭식장애가 있는 시니어를 위한 케어 푸드로 나눠볼 수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섭식 능력에 따라 1단계 치아 섭취, 2단계 잇몸 섭취, 3단계 혀로 섭취로 구분하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하거나 제품 표준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시니어 푸드라고 불리는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병원이나 요양 병원 정도이다 보니 환자식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 아직 제품마다 다양성이나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시니어 푸드인가?

시니어 푸드 시장 규모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이미 노년 인구의 증가와 저출산으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이는 고령친화 식품이나 케어 푸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이 통합된 국내 고령친화식품의 시장은 2015년 약 9조 원 대였으나, 2020년 17조 원 대로 팽창했다. 대체식으로 불리는 케어푸드는 2011년 5000억 원 대였으나, 2020년 4배 이상 커져 2조 원 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시니어 푸드는 나날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의 변화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과거 세대 시니어는 근검·절약 정신과 자녀가 최우선이었다면, 요즘 시니어는 다르다. 자녀보다 본인의 생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노후를 위한 케어에 집중하는 등 가족에서 개인 중심으로 가치관이 이동하고 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시니어 푸드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연구와 투자, 그리고 제품 출시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진 Flickr]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시니어 푸드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연구와 투자, 그리고 제품 출시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진 Flickr]

이런 근거들을 발판 삼아 시니어 푸드의 성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빈부격차로 인한 소비의 한계, 대체 먹거리에 대한 불편한 시선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는 하겠으나 노년 인구가 늘어나면서 산업의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아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니어 푸드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금이 시니어 푸드에 대한 연구와 투자, 그리고 제품 출시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푸드 업계에 대한 동향과 제언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인식되던 과거의 시니어와는 달리 요즘 뉴 시니어는 넉넉한 자산과 일정 소득을 갖춘 상태에서 고령층에 진입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트렌드에도 밝고 관심이 많고, 구매력 또한 상당하다. 이제는 당연하게도 시니어가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며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 푸드는 여전히 요양병원, 요양원 등 B2B 대량 급식 수요에 기대고 있으며, 노년의 환자에게 필요한 병원의 대체식 정도로 인식된다. 시니어 푸드의 소비자는 변화하나 소비자에 발맞춰 산업이 발전하는지는 물음표다. 그뿐만 아니라 시니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구매 담당자를 타깃으로 한 유통망 공략 방법에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대형 식품기업들이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신규 브랜드를 론칭 및 확장하는 추세이고, 일부 브랜드에서 HRM 및 연하식을 생산하는 등 기업을 중심으로 시니어 푸드 제품 개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종 소비자인 시니어의 눈높이와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제품에, 더 나은 맛, 트렌드를 반영한 패키지, 타깃을 고려한 마케팅 등 적정한 맛과 가격으로 승부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시니어가 다양하고 좋은 음식을 즐길 권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시니어 푸드 시장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시니어를 소비자로서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H사에서 출시한 시니어 브랜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B2B가 아닌 나 B2C로 시니어를 직접 타깃 한다는 점, 그리고 ‘시니어’ 키워드를 앞세우지 않고 저렴한 가격이 아닌 맛의 퀄리티로 차별화하는 점 등은 최근 트렌드를 가장 세심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에게 음식다운 음식을 즐길 권리를 소비하게 하는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시니어 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통해 시니어 푸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지 체계화하고 표준화한다면 시니어 푸드시장에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조심스럽지만 감히 단언해보건대, 시니어 푸드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시니어 푸드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를 위해 생산되는지,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섭취하는지 등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하는 업체가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시니어를 관리 대상이 아닌 확실한 소비자임을 명심한다면 우리 앞에 도래한 다양한 문제들을 올바르게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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