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방 안의 코끼리' 노인 돌봄문제 해결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15:00

[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8)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크고 무거운 문제를 코끼리에 비유한 표현으로, 어떤 사실이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 덮어두고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일 때 쓰인다.

대한민국이라는 집, 그 속에 방 안의 코끼리는 무엇일까? 노인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노인 돌봄 문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해법을 모르거나 해법이 가져오는 고통이 커서 외면해 왔던 문제다.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커져 버린 코끼리, 즉 노인 돌봄 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일부 제시하고자 한다. 공급 부족, 소비자 비용, 돌봄의 품질 등 총 3가지 문제로 한정했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충분해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진다. 노인 돌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사진 pixabay]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충분해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진다. 노인 돌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사진 pixabay]

간병인·요양보호사 부족 문제 해결해야

가장 가까운 선배 고령 국가 일본에서는 돌봄 종사자, 즉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이 부족해 2018년부터 베트남과 동남아에서 1만 명 이상 유치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미래가 머지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이 많지만, 노동집약적 업무의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하대받는 인식이 여전하다. 반면 급여는 이러한 모든 것을 극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실제로 돌봄을 하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 돌봄 일자리 부족분은 대부분 재중동포와 은퇴 노인으로 채워져 간병인은 조선족이고, 간병인·요양보호사는 무조건 할머니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돌봄 인구 부족 문제는 노인 인구 증가의 가속화로 점차 커질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돌봄 인력을 국내로 유치함과 동시에 노인 돌봄 인력에 대한 처우와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인 돌봄 인력 부족은 내국인 양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적으로 외국인에게만 맡길 수도 없기 때문에 내국인 양성과 외국인 유치 모두 필요하다. 내국인 양성을 지속해도 현장의 처우와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돌봄 종사자는 언제든 떠날 것이고, 그 자리는 다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5년, 10년 후의 미래가 아니라 당장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 양질의 간병인·요양보호사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충분해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돌봄 대상자와 맞지 않는다면 인력을 바꿀 수 있으며, 인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진다.

간병비 소득공제와 요양비 특별 공제

다음은 간병비다. 매월 수십~수백만 원을 지출하지만, 간병과 요양에는 언제까지 얼마큼의 돈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뒤따른다. 정부에서 요양 비용의 80~85%를 보조해준다고 하지만, 보조금만으로 돌봄 지출이 끝나지 않는다. 보조금에는 한도가 있으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이 정해져 있어 자기 부담 영역이 훨씬 크다. 하지만 간병비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간병비에 대한 소득공제로 전 국민의 간병비 지출 현황을 파악하고 요양비 특별 공제로 소비자 부담이 조금이라도 경감되기를 바란다.

노인 돌봄 기관의 실질적인 지불 주체인 정부는 기관을 평가할 때 돈이 규정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서류 준비는 잘 되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평가 기준을 소비자 위주의 배점과 항목들로 개편해야한다. [사진 pxhere]

노인 돌봄 기관의 실질적인 지불 주체인 정부는 기관을 평가할 때 돈이 규정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서류 준비는 잘 되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평가 기준을 소비자 위주의 배점과 항목들로 개편해야한다. [사진 pxhere]

요양기관 등급 평가체계 개선 필요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요양원, 방문요양센터, 주야간 보호소)에 대한 명백한 정부 평가 체계가 존재한다. 이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다 보니 보조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감독하고,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요양병원은 1~5등급, 장기요양기관은 A~E 등급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러한 평가체계 내에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와 편의는 많이 소외돼 있다. 아무래도 노인 돌봄 기관의 실질적인 지불 주체가 정부이다 보니, 정부는 기관을 평가할 때 돈이 규정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서류 준비는 잘 되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평가 기준을 소비자 위주의 배점과 항목들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회복 중심의 보조금 체계로 변경해야

현재 요양 보조금 체계는 시급(일급) 단위로 측정되어 지급된다. 시간당 1만2000~1만4000원으로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 보니 돌봄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수급자, 즉 노인이 오랜 기간 아프거나 돌봄을 할 수 있다면,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다.

극단적 표현이긴 하지만 돌봄 공급자(요양기관) 입장에서는 더 나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을 집으로, 가정으로,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이유가 없다. 오히려 회복하는 노인이 많아지면, 손님이 줄어 손해를 보는 형태다. 이러한 보조금 정책은 소비자는 계속해서 돈을 지출해야만 하고, 노인은 계속해서 돌봄을 받아야만 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보조금을 지출해야만 하는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급이라는 단일 기준이 아니라, 시급에 회복 결과를 더하는 형태의 효과 기반의 수가로 보조금 체계의 변경이 필요하다. 그래야 환자와 노인이 회복할 수 있고, 보호자와 정부의 보조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돌봄 공급자도 더 나은 돌봄과 더 많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아파야 돈을 버는 요양이나 간병이 아니라, 회복하면 돈을 버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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