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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세정의 시선

24년전 검사vs변호사 법정대결…李·尹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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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지난 10월과 11월에 한 달 간격으로 별세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은 생전에 우정·배신·화해의 드라마 스토리를 남겼다. 두 사람은 1952년 육사 생도(11기)로 같이 입교해 69년간 영욕을 함께했다. 『전두환 회고록 3』을 보면 1988년 2월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의 '5공 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전임 대통령 전두환의 분노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백담사 귀양을 마치고 연희동 사저로 상경했지만, 평생 친구 노태우에게 배신당한 분이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1년 10월 당시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원문을 회고록에 파격적으로 공개했다. '박정희-김재규'와 '전두환-노태우' 관계를 동일시하면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1979년 10·26 사건에 대해 "한 인간이 자신의 친구요 자신을 그 위치에 있기까지 이끌어준 둘도 없는 은인을 향해 총을 겨눈"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1987년 6월 10일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왼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중앙포토]

1987년 6월 10일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왼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중앙포토]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의 기구한 인연을 떠올린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러모로 얽혀있어서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과 2017년 대선에서 격렬하게 다투었고,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이지만 문 정권 청산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두 후보의 관점은 결이 다르다. 이 후보는 '탈 문재인'(脫文)을, 윤 후보는 '반 문재인'(反文)이 선거 전략이다. 문 대통령을 가운데 놓고 왼쪽엔 탈문이, 오른쪽에서는 반문이 잡아당기는 형국이니 레임덕을 걱정하는 문 대통령의 심사가 편치 않을 듯하다.
 이 후보가 문 정부와 거리두기를 노리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 모양새라면, 윤 후보는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ABM(Anything but Moon)' 경향이 두드러진다. 차기 대선 프레임을 흔히 정권 재창출론과 정권 교체론으로 설명하는데, 탈문과 반문의 대결 구도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탈문과 반문 성향은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미흡했다고 인정하면서 부자 감세 등을 제시해 친문이 발끈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면서 "국민 약탈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 현실을 무시한 아집이란 비판을 받아온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보는 시선도 상반된다. 이 후보는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감(減)원전'이라는 절충안에 가깝다. 반면 윤 후보는 탈원전이 관련 산업과 일자리에 재앙을 초래했다며 전면 폐기를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후보는 1964년(실제는 1963년)생이고 윤 후보는 1960년생이니 윤 후보가 네 살 연상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1986년 사법시험에서 간접적 1차 대전을 치렀고, 그 시험에서 이 후보가 승리해 변호사가 됐다. 윤 후보는 대학 4학년 때 1차 시험에 붙었지만, 2차 시험에서 낙방했고 8전 9기 끝에 1991년 합격해 검사가 됐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이 후보(18기)가 윤 후보(23기)보다 다섯 기수 법조계 선배인 셈이다.
 이 후보는 "(법정에서 윤 검사를 본)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의 2차 대전은 법정에서 벌어졌다. 1997년 윤 후보가 성남지청 공판부 검사 시절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후보와 법정에서 '검사 대 변호사'로 여러 번 조우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 앞선 티타임에서 24년 전 법정의 이재명을 "샤이한(부끄러움을 타는) 변호사"로 기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면서 "법정에서 재판장의 말에 협조하던 차분하고 조용한 변호사가 액티브한 정치인이 됐다"고 이 변호사의 변신을 묘사했다.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이 후보는 지인을 통해 "변호사에게 고압적인 다른 검사들과 달리 (검사 윤석열은) 변호사에게 잘 대해줬다"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법정 대결은 구체적 판결 기록이 공개되지 않아 승패 판단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진검 승부는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펼쳐진다. "비천한 출신이라 죄가 없다"는 이 후보, "극빈층은 자유를 모른다"는 윤 후보는 살아온 궤적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문파'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점진적 탈문이 이길까, 우파 결집과 중도 확장을 노리는 급진적 반문이 이길까. 민심의 최종 판결 선고일은 이제 불과 72일 남았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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