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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신노년층 등장, 여가 문화활동 지원 늘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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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영국의 역사사회학자 피터 레슬릿은 인생주기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제1기 인생은 출생에서부터 교육이 끝나는 시기, 제2기 인생은 취업에서 퇴직까지의 기간이다. 제3기 인생은 은퇴 이후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시기로 일상적인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시기다. 마지막 제4기 인생은 건강이 쇠약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는 시기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제3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제3기 인생을 길고 풍성하게 누리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짧고 빈약하게 보내기도 한다. 흔히 노년기 삶을 ‘여가투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은퇴 후 삶의 여정에서 여가 문화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3기 인생이 풍부해질 수도, 초라해질 수도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노인돌봄서비스 정책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 노인이 자신의 신체적 기능과 역량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자기 돌봄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노년학자들은 노년기 자기 돌봄의 가장 중요한 실천 활동으로 여가 문화활동을 강조한다. 여가 문화활동을 통해 노인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노인 의료비를 절감하고,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며,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유지하면서 자아실현까지 이룰 수 있다.

노인 여가문화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대표적 기관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2005년부터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제까지 총 3800여 개의 문화프로그램에 약 13만 노인들이 참여해 오고 있다. 단순히 문화를 향유하는 수준을 넘어 여가 문화활동을 통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찾으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대적 환경, 교육수준, 소득수준으로 인해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가진 신노년층이 될 것이며, 특히 여가 문화활동과 사회참여에 현저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신노년층의 등장을 기점으로 노인들이 여가 문화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아실현을 이루면서 제3기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 여가 문화활동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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