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탄소중립의 첫걸음, 전기요금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덥고 습한 여름철에 에어컨은 각 가정의 필수품이 됐다. 전기요금 고지서가 조금 부담이긴 하지만 열대야에는 에어컨을 틀고 자는 작은 사치를 누리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 네 번째로 저렴한 주택용 전기요금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정전시간, 공급전압 유지율, 주파수 유지율로 표현되는 전기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늘 강조하듯이 공짜 점심은 없다. 전기요금의 비밀은 연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에 주로 의존하고, 전기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비용을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데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할 것을 선언했다. 이 중 전환 부문의 목표는 전체 감축량의 41.1%를 차지할 만큼 크고 도전적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을 더 비싼 태양광 및 풍력발전으로 대체해야 하고, 전기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송배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전력 계통에 막대한 투자도 해야 하고, 암모니아발전 등 무탄소전원도 상용화해야 한다.

쉽지 않은 숙제임에도 이를 실천하기 위한 투자 재원조달 계획은 보이질 않는다. 전력시스템의 혁신은 산업·수송·건물 등 다른 부문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탄소감축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비용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원가에 반영해 결정된 전기요금을 전기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시행 첫해 두 차례 유보하더니 새해에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를 결정한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한 스페인(37.8%)·영국(22.3%)·일본(15%) 등 해외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로 불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요금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외부 영향 때문에 예외가 발생하면 전력산업 전반을 왜곡시키고 결국 그 비용은 다음 세대로 전가될 것이다. 원칙을 준수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 운영을 시작으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관이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