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달에서 희망 찾는 물부족 인류… '고요의 바다' 글로벌 7위 출발

중앙일보

입력

'고요의 바다'에서 송지안(배두나)는 처음부터 '데이터 스토리지'를 찾기 위해 기지 곳곳을 탐색한다. 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송지안(배두나)는 처음부터 '데이터 스토리지'를 찾기 위해 기지 곳곳을 탐색한다. 사진 넷플릭스

“수영?”
“물 속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거야, 물고기처럼.”
“칫, 물고기는 다 죽었잖아.”

배두나 공유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어린이는 ‘수영’을 모르고, 물고기는 다 죽은 세상.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한강이 바싹 마르고 지구 전체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근미래가 배경이다. 대가뭄 이후 태어난 애들 중에 열에 하나가 5년을 못 살고, 개인별 등급에 따라 식수를 정해진 양만 분배하는 ‘식수 배급권’으로 물을 얻을 수 있다.

물부족 인류, 죽기 전 '물에 빠지는 환각' 아이러니

'고요의 바다'의 수석 엔지니어 류태석(이준)은 군인 출신으로, 우주항공국 임무에 자원한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의 수석 엔지니어 류태석(이준)은 군인 출신으로, 우주항공국 임무에 자원한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이런 지구를 뒤로 한 채, 달 표면 '고요의 바다'에 세워진 한국 우주항공국의 '발해기지'에서 일련의 사건이 펼쳐진다. 5년 전 사고로 117명이 목숨을 잃은 발해기지를 영구폐쇄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고, 폐쇄 전 중요한 샘플을 마지막으로 확보하기 위해 11명의 대원들이 파견된다.

그러나 기지에 도착한 뒤 샘플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로 대원들이 하나 둘 죽고, 일부는 미지의 물질에 노출된 후 온 몸의 열린 구멍으로 물을 콸콸 쏟아내며 죽는다. 물 부족 시대에, 물을 끝없이 토해내고 폐에 물이 차 죽고, 물을 구하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쏟아지는 물이 가장 큰 공포가 된다.

관련기사

시키는 사람,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물음표 던지는 사람

'고요의 바다'에서 발해기지 파견 우주선의 대장 한윤재(공유)와 동물행동학자 송지안(배두나)는 극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우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목표에 공감한다. 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발해기지 파견 우주선의 대장 한윤재(공유)와 동물행동학자 송지안(배두나)는 극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우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목표에 공감한다. 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의 우주대원들은 통상의 우주 배경 SF처럼 목표에 매진하는 대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로 나눠진 계급화된 세상, 물 부족 해결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끔찍한 불법 실험도 눈감는 조직의 잔인함, 그 비밀을 숨기는 과정에 동원된 개인의 트라우마, 부당한 ‘과정’에 의문을 품는 개인 등을 다층적으로 그렸다.

발해기지에 함께 파견된 의사 홍닥(김선영)과 동물행동학자 송지안(배두나)는 작전 초반부터 모호한 상부의 지시에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진다. 사진 넷플릭스

발해기지에 함께 파견된 의사 홍닥(김선영)과 동물행동학자 송지안(배두나)는 작전 초반부터 모호한 상부의 지시에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진다. 사진 넷플릭스

우주물이지만, 우주물이 아니다

'고요의 바다'에는 SF하면 으레 떠올리는 '우주복 입은 행성 표면' 장면이 극 초반과 후반 단 두번만 등장한다. 무중력 상태의 유영을 연기하는 건 공유 한 명뿐이다. 사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는 SF하면 으레 떠올리는 '우주복 입은 행성 표면' 장면이 극 초반과 후반 단 두번만 등장한다. 무중력 상태의 유영을 연기하는 건 공유 한 명뿐이다. 사진 넷플릭스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주'는 주요 소재가 아니다. 우주선 발사의 긴박한 묘사도, 발사 장면의 불꽃 이후 바로 우주 화면으로 연결해 클리셰를 지웠다. '무중력' 장면도 딱 한 장면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달이라는 배경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의 심리나 욕망을 그려냈고, 지구 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담아낸 점이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우주가 배경이지만 극한의 공포를 만드는 건 보통 그리는 '중력, 공기가 없는 환경'이 아니라 '기지 안의 물'이라는 점이 상상력의 차원을 넓힌 요소"라고 평했다.

'우주'는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기 위해 극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됐다. 기지 밖 달의 환경에 노출되는 장면은 매우 적지만, 산소 공급과 체온유지를 위해 보호복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잊을만하면 울리는 '즉시 생명유지장치 충전 요망' 알람은 외부 환경에 취약한 인간의 나약함을 되새기게 한다.

공개 첫날 글로벌 7위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공개 하루만인 25일 넷플릭스 TV 시리즈 중 전 세계 조회수 7위에 올랐다. 전 세계 1위는 22일 시즌2가 새로 공개된 '에밀리 인 파리'가 차지했다. '고요의 바다'는 국가별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인구가 많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5위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 비평사이트인 IMDb에서는 7.1점을 받았고, 10점 만점을 준 관객이 29.3%, 7~10점을 준 관객이 전체의 74.5%를 차지해 호평이 많은 편이다.

‘고요의 바다’는 생존자들이 달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디로 도착할 지, 도착한 뒤 이야기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최항용 감독과 박은교 작가가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했던만큼, 시즌 2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결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