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극부터 대장동까지…檢수사는 왜 죽음을 부르나 [Law談 스페셜]

중앙일보

입력 2021.12.26 09:00

업데이트 2021.12.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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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지 3개월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피의자·참고인은 2명이다. 지난 10일 대장동 개발 사업 결재라인이자 2014년 8월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로비와 대가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투신했고, 지난 21일엔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사건 관계인의 사망으로 수사에 제동이 걸린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당혹감 속에 나머지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지난 21일 공사 1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김 처장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지난 21일 공사 1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김 처장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의 잇따른 사망은 2011년 9월부터 약 1년 반가량 이어진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합동수사단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도 있었다. 합수단이 꾸려지기 전인 그해 여름부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 특혜인출 의혹에 휘말린 임상규 순천대 총장과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다가 강제수사 착수 첫날부터 또다시 참극이 벌어졌다.

합수단은 2011년 9월 23일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 본점에 대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였는데 당시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에 있던 정구행 행장이 6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10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차모 토마토저축은행 상무는 11월 재소환 통보를 받자 응하지 않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듬해 1월 12일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던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7곳의 본점을 압수수색한 2011년 9월 23일 서울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장 본점 옥상에서 정구행 행장이 투신해 사망했다. 구급대원들이 정 행장의 시신을 구급차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7곳의 본점을 압수수색한 2011년 9월 23일 서울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장 본점 옥상에서 정구행 행장이 투신해 사망했다. 구급대원들이 정 행장의 시신을 구급차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의 한 축이었던 로비 의혹 수사 중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모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 2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 부실장은 저녁식사 이후 재개키로 한 검찰 조사에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날 지검 청사 옆인 서울중앙지법 경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옵티머스 관계사 트러스트올로부터 이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실 복합기 사용료를 지원받은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6월 6일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및 횡령 의혹 수사 중 서울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5월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의 압수수색 이후 심적 고통을 호소하다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9년 12월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수사하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의 핵심 참고인 백모 검찰수사관이 숨졌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으로 일한 그는 검찰 소환조사가 예정된 날 서울 서초동 소재 한 사무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8월 4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대북송금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15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은 그해 8월 10일 서울아산병원 내 그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예를 갖추는 모습. 오종택 기자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8월 4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대북송금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15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은 그해 8월 10일 서울아산병원 내 그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예를 갖추는 모습. 오종택 기자

2000년대 이후 주요 피조사자의 사망은 대개 이전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캐는 검찰의 특별수사 도중 일어났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8월 4일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대북송금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송두환)이 수사기간 만료로 마무리하지 못한 정 회장의 15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며 정 회장을 세 차례 소환 조사한 뒤 벌어진 일이었다.

2003년 3월 11일엔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던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투신했다.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이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하신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한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직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22일 만인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인근 뒷산에서 투신해 서거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22일 만인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인근 뒷산에서 투신해 서거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MB) 정부 땐 전임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2009년 4월 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5월 1일 새벽 귀가한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뒷산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 사건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고심하던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옷을 벗었다.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에 따라 종결됐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현 여권의 ‘검찰개혁’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때는 MB 정부 자원외교 비리 수사 대상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5년 4월 9일 북한산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날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청구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는 전날인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가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경남기업의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를 촉발했다. 특별수사팀 수사 끝에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의원이 불구속기소됐으나 2017년 12월 둘 다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2015년 4월 9일 서울 북한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박 정부 자원개발 정부융자금 편취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이튿날 사망했다. 사진은 성 회장이 2015년 4월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중앙포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2015년 4월 9일 서울 북한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박 정부 자원개발 정부융자금 편취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이튿날 사망했다. 사진은 성 회장이 2015년 4월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중앙포토

법조계에선 피조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로 대개 검찰의 ▶먼지털기식 별건수사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강압·과잉수사 ▶피의사실공표와 언론보도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등을 꼽는 시각이 많았다. ‘검찰개혁’을 1호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 수사 중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같은 지적이 계속 나왔다.

2017년 11월 6일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2013~2015년 국가정보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된 동안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조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 화장실에서 투신했다.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수사를 받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인 2018년 12월 7일 서울 문정동의 한 지인 사무실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건으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특별수사 방식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기존 피의사실공표 제한, 수사 관행 개선 등 외에도 피조사자에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심리상태가 불안한 피조사자엔 신변보호관을 지정하는 등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9월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출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기존 피의사실공표 제한, 수사 관행 개선 등 외에도 피조사자에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심리상태가 불안한 피조사자엔 신변보호관을 지정하는 등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9월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출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4년 12월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피조사자 중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비율은 72%, 공직자는 27%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어떤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간 쌓아 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른 일반 범죄자와 비교해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범죄자의 경우 검찰의 수사 과정이 정신적으로 더 힘든 과정이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개혁’ 정책 추진 결과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등 피의사실공표 방지책을 마련한 뒤에도 검찰 피조사자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자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탓만으론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정신교 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펴낸 논문 「피의자 자살의 형사정책적 대응방안」을 통해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신중한 피의사실공표 ▶수사공보제도의 개선 외에도, 수사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한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수사 시 심리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신변보호관’을 지정하는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실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동료 의원들과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해 “피의자, 참고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분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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