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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병원 방화용의자 충격 영상…탈출 못하게 팔 벌려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 발생해 24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오사카(大阪)시 빌딩 화재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불이 난 4층 병원에는 출입구를 제외하곤 비상대피로 등이 없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방화를 저지른 용의자가 출입구 앞에 양손을 벌리고 서서 사람들의 탈출을 방해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도 확인됐다.

18일 오사카시의 한 시민이 전날 화재가 발생해 24명이 숨진 병원 건물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 오사카시의 한 시민이 전날 화재가 발생해 24명이 숨진 병원 건물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방화·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 중인 현지 경찰은 불이 난 이 병원에서 정신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던 다니모토 모리오(谷本盛雄·61)가 용의자라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화재는 17일 오전 10시 20분쯤 오사카시 번화가에 있는 8층짜리 상가 건물 4층에 있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니시우메다 마음과 몸 클리닉'에서 시작됐다. CCTV와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용의자 다니모토는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든 봉투 2개를 들고 병원으로 들어와 출입구 근처 난방기구 옆에 놓고 발로 차 봉투를 넘어뜨렸다. 봉투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면서 불길은 크게 치솟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심폐정지 상태로 구조된 27명 중 24명이 사망했다. 다니모토도 심폐정지 상태로 화재 현장에서 구조됐으며 치료를 통해 심폐는 소생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졌다.

병원 안쪽, 비상통로·창문도 없어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출입구 근처에서 강한 불길이 치솟아 병원 안에 있던 환자와 직원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사망자 중 10명이 몸에 화상은 입지 않은 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17일 화재가 발생한 오사카 시내 복합건물 4층의 모습. 다른 층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 화재가 발생한 오사카 시내 복합건물 4층의 모습. 다른 층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NHK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용의자가 불이 난 직후 출입구 앞에서 양손을 펼치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병원 내에 있던 사람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문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의 면적은 약 90㎡로 출입구에서부터 안쪽으로 환자 대기실, 상담실, 진료실 등이 폭 1m의 복도로 연결된 구조다. 이 중 대기실 등 25㎡ 정도가 불에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병원 입구와 연결되며 비상계단은 엘리베이터 옆에 있었다. 병원 안쪽에는 따로 대피를 위한 비상 통로가 없었고, 대기실을 제외하곤 외부로 난 창문도 없었다.

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40대 남성은 19일 자 아사히신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밖으로 도망갈 수 있는 길은 사실상 계단 하나밖에 없다"며 "접수처 근처에서 불이 났으면 계단 근처 소파에서 기다리던 사람밖에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과대학 세키자와 아이(關澤愛) 교수(건축·도시 방재학)는 "휘발유가 태워졌다면 화염과 연기를 통과해 대피하기 어렵다"며 "일산화탄소(CO)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면 화상을 입지 않더라도 10분도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일본 총무상은 19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국 복합 빌딩 약 3만동의 방재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각 건물의 피난로 확보 여부 등을 조사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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