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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팀 공소장 유출 결백…공수처, 영장 가져오면 제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월 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12월 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오면 ‘이 고검장 수사팀은 유출과 관련 없다’는 진상조사 결과 자료를 제공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형사사법시스템(킥스) 공소장 열람자를 포함한 유출 의심자 가운데 수사팀 검사는 한 명도 없다는 지난 5월부터의 진상조사 결과를 뒤늦게 공수처에 내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지난 5월 12일 이 고검장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기소 당일 공소장이 형사사법시스템(킥스)에 업로드됐는데, 다음 날 오전부터 공소장 공소사실 내용 편집본을 촬영한 이미지 파일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같은 날 오후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그러자 박범계 장관은 같은 달 14일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 검사장)는 현재까지도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조사를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 “유출 의심자 22명 중 수사팀 없다”

별도로 공수처는 지난달 수원지검 이성윤 수사팀 전·현직 검사 7명에 대해 공소사실을 유출했다는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에 수사팀은 지난 9일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 결과 수사팀이 공소사실 유출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 ▶연루된 정황이 없다면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는지 ▶수사팀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공수처에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에 15일 회신 공문을 통해 “대검 감찰부가 공소장 유출 관련자일 개연성이 높다고 파악한 검사 22명 중에는 이 고검장 수사팀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고 이 내용은 법무부에 보고했다”며 “공수처로의 자료 제공은 영장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 7개월가량 만에 이 고검장 수사팀의 무관함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압수수색 형식으로 공수처에 조사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수사팀 압수수색한 공수처 ‘머쓱’…감찰부 압색 나서나

당초 공수처는 이 고검장 수사팀 내 성명불상 검사를 유력한 유출자로 의심하고 11월 26일과 29일 대검찰청 서버 등에서 수사팀 전·현직 검사 7명의 메신저와 e메일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특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검 감찰부까지 “이 고검장 수사팀은 공소사실 유출과 무관하다”라고 조사결과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수처가 이 고검장 수사팀을 표적 수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지난 5월 말 수사에 착수한 뒤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자료 확보부터 했다면 6개월 만에 느닷없고 엉뚱하게 이 고검장 수사팀을 압수수색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쪽에선 “공수처가 공소장 유출 의혹의 실체가 어떤지와 상관없이 공수처와 각을 세워 온 수원지검에 보복을 할 목적으로 이 고검장 수사팀을 압수수색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압수수색 영장에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인 지난 3월 파견이 해제돼 원소속청으로 복귀했던 검사 2명까지 포함해 허위 영장 기재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또 대검 감찰부가 지목한 공소장 유출 의심자 22명 가운데 이성윤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참모였던 A검사장 등도 포함된 점에선 “공수처가 비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대검 감찰부로부터 전달받아놓고도 이 고검장 수사팀에 보복하기 위해 외면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대검 감찰부 조사 결과 A검사장 등의 공용 PC에는 킥스에 접속해 이 고검장 공소장 내용을 열람·복사한 뒤 워드 문서로 옮겨 편집·저장 등의 작업을 한 흔적인 임시파일(tmp)이 발견됐다고 한다. A검사장 등이 유출자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는 A검사장 PC에서 발견된 임시파일의 저장명을 포함해 저장·삭제·문서출력 등 작업 내역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구체적인 감찰사항에 대한 취재 요청에 응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12월 1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2월 1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는 수사 방향을 이 고검장 수사팀이 아닌 대검 감찰부가 지목한 22명, 특히 A검사장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고검장 수사팀은 16일 입장문에서 “대검 감찰부의 공문을 공수처에 제출할 예정이다”라며 “검사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재발하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공수처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한 대응도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사팀에 포함돼 있지 않던 검사 2명을 두고 압수수색 영장에 “파견”“수사 라인”이라는 내용을 담아, “거짓말로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받아낸 게 아니냐”라는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전 고지 절차 등을 어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중앙지검, 한동수 진상조사 허위보고 의혹 수사착수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부장검사 천기홍)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고발장을 낸 데 따른 조치다.

한 부장이 진상 조사 과정에서 A검사장 등이 이 고검장 공소장을 열람하고 자신의 공용 PC로 옮겨 놓은 듯한 단서를 발견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식 감찰로 전환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데다, 직권을 남용해 휘하 검사들에게 A검사장 관련 내용이 빠진 보고서를 쓰도록 지시한 뒤, 법무부에 보고함으로써 법무부의 지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고발장의 요지다. 한 부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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