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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964명' 역대 최다, 일반진료까지 위태…차질 막을 대책은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000명대에 육박하면서 국내 의료대응 체계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확충하는 한편 코로나19 중환자의 경우 증상발현 20일 후 격리 해제하는 병상 효율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선 현장에서는 “당장 병상 확충을 위해선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일반 환자를 위한 인력이나 체계가 줄어드는 거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가 96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58명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턱 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은 75.7%, 중증환자 전담병원 가동률은 81.4%,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4.96%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늘자 정부, 병상 동원령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처럼 위중증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첫째는 민간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충이다. 정부는 지난달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병상 확보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10일 다시 500~700병상 규모 종합병원에도 중환자 병상 1.5%를 동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간 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많아질수록 일반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회원 652명을 대상으로 진료 환경 실태조사를 한 결과 91.4%가 ‘일반 환자 진료에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상이나 장비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고,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도 지연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은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에선 12월 2주째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비율은 110.3%로 포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거점 전담병원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병상 확충에 나섰다. 거점 전담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과 같이 병원을 통째로 비워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병원을 말한다. 감염병 전담병원이 비교적 상태가 경증인 중등증(중증 이전 단계) 환자를 보았다면 거점 전담병원은 중증 환자부터 중등증 환자를 함께 진료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이 늘어나게 된다. 방역당국은 지난 11월부터 15일 현재까지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총 9곳으로 수도권 7곳, 비수도권 2곳이라고 밝혔다. 다만 거점 전담병원의 경우 장비ㆍ인력 확충 등이 필요해 실제 운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중환자, 증상 발현 20일 뒤 격리해제한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종합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종합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효율화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중환자의 경우 격리해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0일이 지나면 임상적으로 감염력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격리 해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설명대로라면 만약 코로나19 중환자가 격리 해제된 상태에서 추가 진료나 치료가 필요하게 될 경우 격리병상이 아닌 일반 입원병상이나 일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선 이같은 병상 효율화 지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증상 발현 후 20일이 넘어가면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더라도 전염성이 거의 없다”라며 “감염력이 없어진 코로나19 환자들을 일반 병실로 보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효율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임 동국대일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보통 증상 발현 후 20일을 기준으로 본다”며 “병상 효율화를 위해 면역력이 괜찮은 분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조치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중환자 중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바이러스가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분들에 대한 예외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용성을 높이려면 의료진과 일반 환자들의 불안을 정부가 앞장서 해소해줘야 한다”라며 “어떤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인지 정확히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해야 원내 환자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환자 병상+인력 한정적…일반 환자 치료 차질 가능성”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 발생한 15일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 발생한 15일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대로는 일반 환자 치료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조금 더 빨리 회전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교수는 “전체 중환자실 인력과 장비는 한정적인데 코로나19 환자가 20일 뒤에 일반 중환자실로 오게 되면 결국 일반 환자들이 쓸 수 있는 병상이 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적은 의료 시스템인데 결국 확진자를 이렇게 키워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당장 급하지 않은 일반 중환자 수술을 다 미룬 후 의료 역량이 코로나19 중환자에 집중되는 형태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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