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美백신 주면 北나올 것”이라는데 미, “대북제재로 주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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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6ㆍ25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로 북한이 대화에 나오길 주저할 것이라는 평가가 미국내에서 나왔다.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켐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에서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에 관여하도록 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며 “이번 대북 제재로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을 더 주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출범후 처음으로 대북제재 명단을 발표했고, 이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잣대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추가제재를 북한이 적대시 정책의 ‘유지’로 판단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고스 국장은 “추가 제재를 내놓고 북한이 대화에 나오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매우 순진하고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이 방송에 “이번 제재와 상관없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을 보여왔다”며 “북한은 이번 제재가 미국의 적대 정책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는 이유로 댈 가능성은 있겠지만 애초에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ㆍ북한 모두 원칙적인 찬성 입장” 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아직 대화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고 설명했다. 북한은 14일 오전 현재 미국의 추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공개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미국내 우려의 시각과 달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지원이 묘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박 원장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글로벌 인텔리전트 서밋(GIS) 기조연설에서 “북한도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서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대화에 복귀시키기 위한 수단을 두고 한ㆍ미간에 온도차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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