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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불안…500대 기업 절반, 내년 투자계획 못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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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주요 기업의 절반은 아직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는 등 불안정한 경영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이 쉽게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도 투자계획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은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거나(9%),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41%)고 답했다.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의 63%는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1%, 줄이겠다는 기업은 6%로 나타났다.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한 경우 내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32%), 주요 투자 프로젝트가 종료됐다(32%)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내년 투자를 늘리기로 한 곳은 산업 내 경쟁력 확보(50%)와 신성장 사업 진출(25%)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긴축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미·중 갈등, 국제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매긴 국내 투자 환경 점수는 100점 만점에 66점이었다. 기업들은 고용·노동 규제(35%)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응답 기업의 절반 넘는 곳(53%)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부담 증가를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생산 차질(18%),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 우려(18%), 가계 부채 등 국내 금융 불안(18%) 등을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글로벌 소비 회복(44%)과 반도체·2차전지 등 신성장 분야 경쟁력 우위(32%), 글로벌 교역량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20%) 등은 내년도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내년에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경영 불안 요소가 여전히 산적해 있어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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