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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는 ‘사법시험’ 부활론, 대선판 뜨거운 감자 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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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10면

[SPECIAL REPORT]
공채의 종말 

2017년 치른 제59회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법시험. 사시가 존재하던 시절, 사시는 금수저가 아닌 이들이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였다. 사시는 판사·검사 임용의 첫 관문이기 때문에 일종의 판·검사 정기공채다. 사시에 합격해야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검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시 낭인(浪人)’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결국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사시 부활’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일 “초·중·고 졸업하지 못한 사람도 실력만 있으면 변호사 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법시험을 일부 부활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사시 부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공약화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사시 부활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해가 첨예한 지점이 있어서 사법시험 부활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후보께서) 입장 변화는 현재까지 없다”며 “앞으로 선대위에 마련한 사법개혁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하겠지만, 큰 틀에선 사시 부활보다는 로스쿨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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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당장 윤 후보 측이 반대 입장인 만큼 사시 부활이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사시 부활을 공약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사시 폐지를 노무현 정부 사법개혁의 핵심 성과라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정착 단계에 있는 로스쿨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기에 사시 부활론을 꺼내는 것은 과거 회귀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시를 폐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요 쟁점에 대한 찬반 양측의 주장도 여전히 첨예하다. 가장 대표적인 쟁점이 취약계층의 접근성이다. 사시 부활에 찬성하는 측은 로스쿨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취약계층은 접근 기회조차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사시가 부활하면 되레 사교육비가 늘어 취약계층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3년제인 로스쿨 학비는 연평균 2000만원에 육박한다.

대학 졸업 후 또 다시 3년 간 연평균 2000만원의 학비를 들여야 하므로 취약계층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사시 부활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로스쿨협의회는 6일 논평을 내고 “사법시험을 부활하면 사교육에의 의존이 높아지고 지금보다 더 격심한 시험점수 경쟁이 되므로, 생계 걱정 없이 가정의 지원을 받아 수험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9일 성명에서 “로스쿨 전체 재학생의 3분의 1은 장학금을 통해 절반 이상의 학비를 면제받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사시 부활은 곧 로스쿨 입학 정원 감소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데다 사시 합격자와 로스쿨 졸업생의 차등 대우 가능성 등 부수 쟁점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 1만5000명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 때보다 찬반 양측의 갈등이 더 클 것”이라며 “후보 개인의 의견은 내놓을 수 있겠지만 공약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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