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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공공기관 공채로 몰려…20대 취준생 10명 중 3명이 ‘공시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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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9면

[SPECIAL REPORT]
공채의 종말 

지난 10월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지방공무원 7급 공채 시험이 치러졌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지방공무원 7급 공채 시험이 치러졌다. [연합뉴스]

2만8516명 공개채용에 지원자만 43만4359명. 올해 국가·지방직 9급 공무원 공채에도 어김없이 20~30대가 대거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지방직은 10.3대 1, 국가직은 35대 1이었다. 국가직 가운데 교육행정직은 경쟁률이 282대 1이나 됐다. 소방·경찰 등 각 분야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에도 지원자가 몰린다. 지난달 광주광역시가 산하 공공기관 통합채용에 나선 결과 경쟁률은 평균 36.9대 1, 최고 219대 1에 달했다. 14개 기관에서 73명을 뽑는데 2697명이 지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중퇴자 중 청년층(15~29세) 미취업자(154만8000명)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른바 ‘공시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2.4%로 전년보다 4.1%포인트나 급증했다. 청년층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은 공시생인 것이다. 공공기관 공채를 준비 중인 취준생까지 고려하면 이 비중은 더 커진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지원자 10명 중 6명(61.4%)은 20대였다.

30대는 30.6%로 20~30대가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이처럼 20~30대 공시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건 대기업 등 민간기업의 공채 폐지·축소 바람과 무관치 않다. 공채가 줄어들면서 대학을 막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20대나 취업을 못한 30대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자의반 타의반 공시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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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종합교육기업인 에듀윌이 지난여름 공시생 895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사기업 채용이 줄어서’라는 응답이 5명 중 1명 꼴인 20.5%에 달했다. 지난해 지방대를 졸업한 공시생 김모(24)씨는 “기업 채용 공고 대부분이 경력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지방대생은 인턴도 쉽지 않고, 특히 공무원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지방대생이라도 얼마든지 합격할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무원 수는 110만1885명(국가직 73만5909명, 지방직 36만5976명)으로 2019년보다 2만2369명 증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문 정부의 공무원 증가율은 9.5%로 종전 최고였던 노무현 정부(8.23%)를 웃돈다. 특히 이명박 정부(1.24%)나 박근혜 정부(4.19%)와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정부는 올해에도 중앙부처 공무원 8345명 증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20~30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게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능력을 집중시키는 데 따른 국가적 손실도 만만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생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순손실을 연간 17조1429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채용 확대나 노인 일자리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통계의 왜곡이나 재정부담 가중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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