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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의 종말…사회 초년생 일자리 증발, 공시 몰리고 인재 유출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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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1면

[SPECIAL REPORT]
공채의 종말 

주요 대기업이 대규모 공개채용을 없애거나 줄이고 속속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아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경력자 위주로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LG는 이미 공채를 폐기했고,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올해를 끝으로 공채를 없애기로 했다.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은 5대 그룹 가운덴 삼성이 유일하고, 10대 그룹 가운덴 포스코·신세계 등 3곳뿐이다. 기업들은 “수시로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매년 수천명의 행원을 뽑던 금융권에선 디지털화 바람이 일면서 공채가 사라지거나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권 역시 필요 인력은 수시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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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글로벌 경제 상황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비용·시간이 많이 드는 공채를 없애는 것을 당연한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수시채용이 확산하면서 채용시장도 ‘신입사원’에서 ‘경력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이 3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경력직 채용 비중’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신입보다 경력을 채용했다는 응답이 그 반대보다 2배 많았다.

수시채용이 늘어나면서 채용시장 전체로 볼 때 좋은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과거 공채로 들어가지 않으면 갈 수 없던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자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력자 위주로 채용시장이 변화하면서 대학생 등 20~30대 청년층의 일자리는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 2016년 390만8000개였던 청년(15~29세) 일자리는 올해 2분기 372만4000개로 5년 새 18만4000개가 사라졌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시채용이 이직 기회를 넓혀주는 이점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직무 경험이 없거나 적은 20대 청년은 취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생 상당 수는 국내 기업 대신 외국계 기업 취업이나 공무원·공공기관 시험을 준비 중이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기업경영트랙) 교수는 “학생상담을 해보면 국내 기업에 들어가겠다는 학생은 10명 중 1명밖에 안 된다”며 “기업이 경영 효율이나 비용 측면만 강조하면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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