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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유지…문은 열되 전형은 까다로운 ‘고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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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8면

[SPECIAL REPORT]
공채의 종말

삼성은 지난달 온라인으로 그룹 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렀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은 지난달 온라인으로 그룹 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렀다. [사진 삼성전자]

2019년 10월 20일, 서울·부산·대구·광주광역시·대전과 미국의 뉴욕·LA에선 수만여 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못지않은 열기로 ‘시험’을 치렀다.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인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다. GSAT는 수리·추리로 나눠 종합적 문제 능력을 평가하는 필기 전형으로,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삼성고시’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과 같이 한국·미국 도시에서 수만여 명이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는 풍경은 사라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온라인을 통해 GSAT를 치루고 있다. 올해 하반기 GSAT는 지난달 6~7일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공채로 5000여 명을 선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5000여 명을 뽑는다.

주요 대기업이 공채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지만, 삼성그룹이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삼성의 5대 핵심가치 가운데 제1가치가 인재제일이다. 인재제일에서 공채는 누구에나 문호를 개방해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호는 개방했지만, GSAT나 이후 이어지는 면접 등은 다른 기업에 비해 굉장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공채 출신인 삼성전자의 한 5년차 직원은 “삼성전자 입사 전 다른 대기업에도 도전했었는데 이들의 채용 절차가 엉성해 보일 만큼 삼성의 면접은 진행 방법과 질문 내용, 평가 방식 등에서 굉장히 체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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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이나 자부심에서 나오는 애사심 등도 삼성그룹의 주요한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엔 국내 기업의 연공서열 문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맨은 공채 문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GSAT 등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한 인재가 자유롭게 경쟁한다는 점에서 요즘 세대의 가치와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 ‘공채’라는 걸 처음 도입한 회사가 삼성이기도 하다. 전국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1957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채를 실시했다.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신입사원을 선발해 각 계열사로 배치했다. 이후 공채 제도는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했다. 삼성이 채용 기회를 모두에게 개방하고 채용 과정을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하자, 다른 기업도 속속 그 모델을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대기업의 공채는 단순한 신규 인력 채용뿐 아니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공채는 대학을 막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는 통로였고, 청년 일자리 확보 측면에서 사회 안전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초가 되면 대기업들이 올해 몇 명을 공채로 선발한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채가 대세이던 시절 대기업은 매년 실제 필요 인원보다 넉넉하게 채용하거나, 전년 채용 규모를 맞추는 식으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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