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미국서 태어난 40 넘은 여성, 아빠 호적에 올릴 수 있나요?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20)

Q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70년대에 어린 언니, 오빠와 미국으로 이민 오셨고, 저는 부모님이 미국에서 그런대로 터전을 잡은 뒤에 태어났어요. 그때 영사관에 가서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은 제게 ‘미영’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음에도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가졌으니 호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셨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아버지나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제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언젠가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어머니와 언니 오빠만 기재되어 있고 저는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 속상했습니다. 꼭 제가 아버지 어머니의 친딸이 아닌 것 같았고, 많이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부모님께 저도 가족관계등록부에 같이 등재되면 좋겠다고 졸랐지만, 부모님은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면서 마냥 미루셨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저만 시민권자이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영주권만 갖고 있었기에 오히려 시민권자인 제가 부러웠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저 역시 미국에서 사는데 반드시 한국의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차츰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러 한국에 들어간 어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언니·오빠는 장례식만 간신히 치르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사고 뒤처리와 보험금 수령 등 처리해아 할 많은 일이 남아있습니다. 지금 쉬고 있는 저와 연세가 많은 아버지가 그 일 처리를 해야 하는 데 문제는 제가 어머니의 자녀로 등재되어 있지 않아 중요한 결정은 아버지가 직접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진즉 가족관계증명서에 제가 등재되어야 했는데 마흔 넘은 딸을 이제 어떻게 하냐면서 아버지는 많이 미안해하십니다. 보험회사와의 합의를 도와주는 분에게 이 문제를 논의하니 저와 어머니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소송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출생증명서가 있다면 뒤늦게 출생신고를 하는 것에 크게 문제는 없다. [사진 pxhere]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몇 년 전에 저도 비슷한 상담을 했습니다. 그때 제게 오신 내담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라 저는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 소송을 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출생신고입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사례자와 같이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외국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신고라고 특별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재외공관에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사례자에게 출생증명서가 있으면 출생신고에 장애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또 이런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국적인데 사례자는 여성이니 그런 문제도 없을 듯 합니다. 즉, 사례자가 출생하였을 때 부모님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으니 사례자는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이중으로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신고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다만 국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재외공관에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그런데 국적법에 따르면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가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그 때부터 2년 내에 국적법 제13조, 제14조에 따라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합니다. 출생신고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전제로 하는데, 만약 사례자가 남성으로서 계속 미국에서 생활하였고, 대한민국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라면 출생신고에 많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