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부친 재산 상속 포기했는데 빚 대신 갚으래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16)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가정법원에 신청했지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사진 pixabay]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가정법원에 신청했지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사진 pixabay]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시자마자 너무 많은 빚을 남겨 놓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저는 남는 사람은 걱정하지 마시라 했지만 아버지는 행여 당신 때문에 저희 남매가 힘들어질까봐 마지막 순간에도 괴로워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저희는 생각했던 것처럼 상속포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상속포기도 잘 알아보고 해야 한다면서 잘못하면 상속포기 했지만 채무자가 된다는 말을 합니다. 저희가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힙니다

사례자의 말처럼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가정법원에 신청했지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청기간이라는 점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속을 포기하는 상속인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생존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가 상속포기를 하기도 하는 경우 자녀에게 다시 자녀, 즉 피상속인 입장에서 손자녀가 있으면 손자녀까지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 자녀만 상속포기를 하면 생존 배우자는 손자녀와 상속을 받게 되고, 생존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했지만 손자녀는 그 기간을 지나 상속 채무를 단순 승인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자녀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생존배우자와 다른 자녀 한 명이 상속포기를 하면 피상속인의 손자녀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존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포기를 하면 피상속인의 손자녀도 상속포기를 해야겠지요. 그럼 민법이 정한 순위대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 혈족) 상속인이 될 것이고, 그들 역시 상속포기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입원비나 치료비 등을 병원에 지급하면서 부친이 남긴 재산으로 처리한다면 상속 포기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사진 piqsels]

입원비나 치료비 등을 병원에 지급하면서 부친이 남긴 재산으로 처리한다면 상속 포기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사진 piqsels]

그 다음에는 상속포기의 신청을 가정법원이 수리하기 전에 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종종 문제됩니다. 최근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을 포기하는 신고를 한 후 포기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지 않았음에도 망인이 소유하던 화물차를 처분한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내용의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전에 상속 재산을 처분했다면 상속포기가 아니라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인 피고가 상속의 단순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만약 상속포기의 신고를 수리하는 내용의 법원 결정서를 받은 후에 처분하였다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은닉 또는 부정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된 효과는 유지되는 점에 비추어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사례자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혹시 입원비나 치료비 등을 병원에 지급하면서 아버지께서 남긴 재산으로 처리한다면 상속 포기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속 재산을 처분했다고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속포기의 신고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결정서를 받기 전까지는 상속재산의 처분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