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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성을 가는’ 친양자 입양, 독신자도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19)

법무부는 2021년 11월 9일 독신자 가정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일정 기간 혼인생활을 한 부부만 할 수 있었던 친양자제도의 범위를 확장한 것입니다. 법무부는 편친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해 아동 복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 절차 강화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입법 예고 발표를 보면서 감개무량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도 밝혔지만 독신자가 친양자 입양을 하지 못하는 것이 헌법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해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헌재 2013. 9. 26. 선고 2011헌가42 결정). 위헌이라는 의견이 5분, 합헌이라는 의견이 4분으로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에 1분이 미달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는데, 제가 가정법원에 근무할 당시 이 민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습니다.

최근 법무부는 독신자 가정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였다. 일정 기간 혼인생활을 한 부부만 할 수 있던 친양자제도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사진 Pixabay]

최근 법무부는 독신자 가정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였다. 일정 기간 혼인생활을 한 부부만 할 수 있던 친양자제도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사진 Pixabay]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의 허가를 구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청구인의 신청서를 처음 받아보았을 때 솔직히 민법상 일반 입양제도가 있는데 굳이 친양자 입양을 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재 결정의 합헌 의견과 같은 생각이었죠.

헌재 결정의 내용은 “위 민법 규정은 친양자가 안정된 양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정에 입양되도록 하여 양자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친양자의 양친을 기혼자로 한정하였다. 독신자 가정은 기혼자 가정과 달리 기본적으로 양부 또는 양모 혼자서 양육을 담당해야 하며, 독신자를 친양자의 양친으로 하면 처음부터 편친가정을 이루게 하고 사실상 혼인 외의 자를 만드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독신자 가정은 기혼자 가정에 비하여 양자의 양육에 있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성년의 독신자는 비록 친양자 입양을 할 수는 없지만 일반입양에 의하여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 비록 일반입양의 경우 양자의 입양 전 친족관계가 유지되지만, 일반입양을 통해서도 양자가 가족구성원으로서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가정환경의 외관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신청을 한 비혼인 청구인도 이미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청구인은 친양자 입양을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전문직 여성으로서 오래 전부터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보호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비록 비혼이었지만 충분히 양육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민법의 규정 때문에 친양자 입양은 불가능했습니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위헌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기혼자 중에도 친양자의 양친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독신자 중에서도 양자의 복리에 도움을 주는 양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친양자 입양 당시의 혼인관계는 입양 후 이혼 등으로 인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친양자 입양 당시 기혼이라는 점이 양자의 복리증진에 적합한 양육환경을 절대적으로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현행 친양자 제도는 아동의 복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원의 허가 절차를 두고 있으므로, 독신자가 친양자 입양을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친양자 입양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외국의 입법례는 친양자 입양제도만 두고 있습니다. 독신자도 입양을 신청할 수 있고, 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거나 기각됩니다. 카프카의 소설 심판을 읽을 때마다 현재 민법 규정처럼 아예 독신자는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 문이 조금 열릴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민법 개정안이 무사히 통과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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