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K 1조 피해'가 단순사기?…"부실기소 검찰, 솜방망이 법원" [Law談-이민석]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05:00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는 유망 벤처 기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에 불법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3만여명에게 1조원대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그런데 검찰의 부실한 기소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7000억원 규모의 불법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로 기소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7000억원 규모의 불법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로 기소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15년 10월 이철 전 VIK 대표는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사기·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구속기소됐다. 그런데 재판 중 1심 구속 기간 6개월 도과가 임박해 이 전 대표는 2016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7000억원 규모의 금융범죄에 대한 재판이 6개월 내에 끝나지 못해 피고인이 석방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6년 9월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재판 및 보석 중에도 2000억원대의 불법 투자를 유치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같은 해 10월 이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엄청나게 늦게 진행됐고 7000억원대 금융범죄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의 선고는 2019년 12월 3일 내려졌다. 구속기소된 후 무려 3년이 지난 뒤에 1심 판결이 선고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선고의 형량도 너무나 경미했다. 주범 이 전 대표에게 검찰은 고작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보다 더 형량을 줄여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른 공범들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서 3 년을 선고했다.

7000억원대 금융범죄 사건의 2심 첫 공판기일은 구속 기간 6개월 만기를 두 달 앞둔 2019년 4월 9일로 지정됐다. 주범 이 전 대표가 1심에서는 구속 기간 6개월 경과가 임박해 석방됐는데, 2심에서도 구속 기간 경과로 석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검찰의 기소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7000억원대 금융범죄 사건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법)의 상습 사기’가 아니라 ‘단순 사기’로 기소됐다. 그래서 3인으로 구성된 합의 재판부가 아니라 1인의 판사로 구성된 단독 재판부가 재판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피해자연합 단체가 지난해 7월 17일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 이들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해 이철 전 VIK 대표가 보석된 상태에서 또 다른 사기 범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VIK 피해자연합]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피해자연합 단체가 지난해 7월 17일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 이들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해 이철 전 VIK 대표가 보석된 상태에서 또 다른 사기 범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VIK 피해자연합]

검찰은 특경법상의 상습 사기로 기소할 수 있었고, 그렇게 했다면 단독 재판부가 아니라 합의 재판부가 재판을 담당할 수 있었다.

합의 재판부가 재판을 담당했다면, 특별 기일을 지정해서라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했을 것이며 이 전 대표가 1심 구속기간 6개월 만기가 임박해 석방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자연히 보석 기간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7000억원대의 금융범죄를 저지른 자를 상습 사기가 아닌 단순 사기로 기소하고 고작 징역 10년의 구형을 한 검찰, 그리고 구속 기간 내에 선고를 하지 못해 피의자를 석방했을 뿐 아니라 3년이나 재판을 끌면서 징역 8년만을 선고한 법원의 행태를 보면 법원과 검찰을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5대 금융 사기 사건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대 금융 사기 사건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피해자들은 이런 검찰과 법원의 행태에 분노했고, 국회와 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의 불공정한 행태를 알렸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9년 6월 2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나머지 공범들의 형도 1심보다는 2배씩 상향됐다. 그리고 2심 판결은 같은 해 8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리고 7000억원대 금융 범죄에 대한 재판 기간과 보석 기간에 저지른 2000억원대 금융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2월 3년 4개월 만에 1심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나머지 공범 7명에게는 집행 유예를 선고했다. 재판 중에 보석 허가를 받아 저지른 범죄임에도 솜방망이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올해 8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러한 검찰의 부실한 기소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VIK에 비호 세력이 있다는 의혹을 키우며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전 대표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검언유착 의혹이란 채널A 소속이었던 이동재 전 기자가 지난해 2~3월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신라젠 관련 비위를 폭로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로담(Law談) 칼럼 : 이민석의 금융사기 추적
IDS홀딩스, MBI,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 옵티머스 등 최근 터져나온 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않는 예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민석 변호사. 최정동 기자

이민석 변호사. 최정동 기자

※이민석 이민석법률사무소 변호사.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민족문제연구소 고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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