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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피해 MBI’ 구속은 4명뿐…국제사기조직에 한국은 먹잇감 [Law談-이민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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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I(Mobility Beyond Imagination)는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국제 사기 조직이다. 소셜네트워크·가상 화폐 투자를 앞세워 한국뿐 아니라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일본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10조원 이상, 한국에서만 5조원 정도의 피해를 양산한 다단계 사기 집단이다. 한국 내 피해자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MBI피해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MBI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의 경찰청 통합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MBI피해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MBI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의 경찰청 통합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최근 수년간 단군 이래 최대의 피해자와 피해액을 양산한 사기 사건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MBI의 사기 수법은 광고권 구매와 암호 화폐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MBI 모집책들은 자회사인 엠페이스(Mface)가 중국·홍콩·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 7억5000명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며 여기에 투자하면 엠페이스 광고권과 GRC라 불리는 암호 화폐를 준다고 광고했다.

모집책들은 GRC가 1년에 2배씩 가치가 오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화폐처럼 쓸 수 있으며 현금으로 환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모집책들은 처음에는 엠페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되고 투자자에게는 주식을 준다고 했다가, 나스닥 상장이 안 되자 최근에는 절대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암호 화폐를 준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MBI는 다단계 방식으로 사기를 벌였다. 다른 투자자를 끌어오면 투자금의 일부를 수당으로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그런데 엠페이스는 실체가 없는 것이었고, GRC는 실제로 가상 화폐 거래소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암호 화폐가 아니었으므로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MBI는 2012년 5월부터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피해액은 5조원 이상이고 피해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한국에서 지금까지 구속된 자는 고작 4명이다.

검찰은 2016년 수원지방검찰청의 지휘 아래 전국 통합수사를 했다. 그러나 고작 모집책 두 명이 사기와 방문판매법위반(다단계영업)으로 구속기소됐다. 모집책 두 명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마저도 2심에서는 사기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방문판매법위반으로만 징역 4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나머지 모집책들은 몇 개월 후 출소하거나 무죄로 풀려났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모집책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교육을 강행하며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러던 중 2017년 6월 말레이시아에서 MBI 회장 테디 토우는 사기 혐의로 체포됐고, 2018년 5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뒤 해외로 도주한 상태다. 그런데도 한국의 MBI 모집책들은 마치 회사가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이고 가짜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으며 제2, 제3의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기 혐의로 말레이시아·태국·마카오 등 아시아 각국에서 수배 중인 테디 토우 MBI 인터내셔널 회장. [MBI]

국제사기 혐의로 말레이시아·태국·마카오 등 아시아 각국에서 수배 중인 테디 토우 MBI 인터내셔널 회장. [MBI]

MBI의 사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경찰, 검찰은 수수방관했고, 그 결과 MBI 피해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었다. 그런데도 검찰에서는 모집책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하고 범죄를 방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만 2019년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서는 모집책 2명을 사기와 방문판매법위반으로 기소해 모집책들은 1심에서 법정구속되었다. 2심에서는 모집책들의 방문판매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했고, 사기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올해 4월 15일 대법원에서는 모집책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금융사기 조직 MBI의 국내 피해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MBI 모집책에 대한 국내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셔터스톡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금융사기 조직 MBI의 국내 피해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MBI 모집책에 대한 국내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셔터스톡

하지만 같은 해 동일한 사건인데 대구지방검찰청에서는 모집책들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이 고소를 했지만, 대부분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어느 지역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수수방관하며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만의 법원에서는 MBI 모집책들 20명에 대해 최소 징역 7년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마카오는 MBI 회장 테디 토우와 자녀들을 지명수배했다.

피해액도 피해자도 가장 많은 한국에서는 고작 4명이 구속되었을 뿐이고 최고형도 고작 4년일 뿐이다.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한국은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것이다. 국제 사기조직에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다.

로담(Law談) 칼럼 : 이민석의 금융사기 추적

IDS홀딩스, MBI,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 옵티머스 등 최근 터져나온 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않는 예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민석 변호사. 최정동 기자

이민석 변호사. 최정동 기자

※이민석 이민석법률사무소 변호사.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민족문제연구소 고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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