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질문ㆍ답변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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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안부대장이 지역기관장 회의 참석/역대 총장모임 때도 발언 일일이 기록”
민자당 단독으로 10일 오후 소집된 국회 국방위는 여당의원들 모두가 보안사의 대민사찰 행위의 위법성과 월권을 지적하는 한편 대민사찰의 근원적 방지를 위해 현행 보안사 체제를 77년 이전체제로 환원할 것과 대대적인 기구 축소를 정부측에 촉구했다.
▲김성룡 의원=이 신임 장관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보안사의 대민사찰행위는 잘못이 없으며 보안사의 기능을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옹호발언을 했는데 노 대통령­김영삼 대표위원 회동 후 가진 TV회견에서는 『이번 사건은 보안사의 잘못이며 보안사 기구를 개편하겠다』는 상반된 말을 했다.
장관의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 77년 이전처럼 보안사 기능을 3군으로 환원시킬 용의는 없나.
▲김종호 의원=보안사가 사찰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보안사령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나. 특히 보안사 정규요원도 아닌 사단에서 파견된 일개 이등병이 군의 기밀을 손쉽게 유출시켜 국가의 기강을 뒤흔드는 데 대해 국민 모두가 불안해 한다.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사찰 대상자 1천3백명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며 공개되지 않은 사찰대상자는 모두 몇명인지,또 이같은 자료작성의 목적과 정치적으로 활용한 적은 없는지를 밝혀라.
▲옥만호 의원=이등병이 중요한 기밀서류를 어떻게 혼자 힘으로 외부로 유출할 수 있었는가. 내부 협조자는 없는지 분명히 밝혀라.
현재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매달 한번씩 친선모임을 갖는 자리에도 중령인 보안부대장이 꼭 참석하는데 참모총장까지 못믿어서 어떻게 하나.
공군에서 사고가 나면 보안사는 이 사고사실을 참모총장에게는 보고하지 않고 보안사령관에게만 보고해 참모총장은 보안사로부터 통보받는 실정이었다. 이 때문에 각 군에는 지휘관이 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석모 의원=국민들은 정치사찰 자체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지만 군의 심장부인 보안사에서 어떻게 일개 이등병이 중요서류를 탈취해 탈영할 수 있었으며 탈영 후 10일이 넘도록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사실에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국방장관은 군의 전 분야에 걸쳐 보안검열을 실시할 용의는 없나.
▲이자헌 의원=이번 사건에 있어 중요한 두가지는 군의 대민사찰을 방지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과 정보관리체계의 보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을 소상히 밝혀라.
▲김종곤 의원=군의 기강해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전체 군의 기강확립에 대한 장관의 소신은 무엇인가.
정치사찰의 법적근거를 대라.
▲정몽준 의원=사회기강 해이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부하나 상관에게 책임을 돌리고 「나는 그만둬서 홀가분하다」고 한다면 누가 명령에 복종하겠는가. 사건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광로 의원=자신에 예속된 부대의 지휘권에 대해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인데 이에 대한 신임 이 장관의 견해는.
▲이한동 의원=이번 사건은 6공 이후 가장 충격적인 것이며 국민의 큰 원성을 산 사건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원성은 △보안사의 사찰행위가 보안사의 기능과 임무를 부여한 현행법규에 없는 위법적이며 월권적 행위라는 점 △사찰행위의 위법ㆍ월권여부는 차치하고 군의 내부 기강 해이가 외부에 노출되도록 했다는 점 등이다.
또 정보처가 꼭 필요한지 재고하라. 후방에 있는 보안부대장들은 전면에 노출돼 지역기관장회의에 참석하는 등 기관장 행세까지 하고 있는데 이같은 행위가 적절한 것인가를 밝혀라.
▲이종구 국방장관 답변=보안사 사건으로 국민과 저명인사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시절의 타성에 젖어 보안사 본연의 기능을 넘어선 월권적 행위였다.
국민의 분노와 원성을 받아들이며 반성한다.
다시는 불행한 일이 재발치 않도록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발본색원 하겠다.
중요인물들을 적 또는 불순세력으로부터 보호하거나 그 연계를 차단하고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 평시 관심 대상인물에 대한 첩보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존안 유지하는 업무는 선진외국에서도 통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존안을 위한 첩보자료획득은 어디까지나 인명록ㆍ신문 등 일반에 공개된 자료를 수집ㆍ분석ㆍ정리하는데 그쳐야 하며 엄격한 비밀관리하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자료를 보면 대상자 선정 오류로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대돼 있으며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예상도주로 등 구체적 행적이 기재된 점으로 미루어 자료획득에 있어 대민사찰행위가 있었다는 강한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안사 요원의 불법적 월권행위는 5공 출범 당시 정치적 전면에 불가피하게 등장하게 됐던 선례에서 파생돼 아직도 6공정부의 의지에 부응치 못한 실무요원들의 그릇된 타성과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기밀유출사건은 담당요원의 업무태만에서 비롯됐다. 이를 교훈삼아 자질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모자라는 요원은 점차 교체하고 지속적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능력과 기술을 가진 요원을 양성하겠다.
활동을 시작한 합동조사단은 문제된 자료작성 및 도난에 대한 책임소재를 파악,엄정한 처벌권행사의 자료를 수립하는 외에도 자료작성의 동기ㆍ방법ㆍ관리실태 등을 포함,기타 대민업무에 관한 제도운영 등 전반적 사항을 조사,유사한 사건발생을 없애도록 할 계획이다.
윤 이병의 담당과장이 상부에 보고할 경우 문책을 우려,자체수습활동에 급급했기 때문에 체포가 늦어졌다. 윤 이병은 재야 및 문제권의 비호아래 도피,은신중이어서 검거에 어려움이 있다.<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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