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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물꼬트기 기대 반반/정부,평양총리회담 계기 적극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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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세급변 업고 경제창구 추진/쌓인 선례 적어 빠른진전 난망
남북 2차총리회담을 앞두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열릴 이번 회담은 지난 9월초 1차회담 이후 불과 한달남짓 사이에 한소 수교합의,일­북한간 관계진전 등 남북을 둘러싼 빠른 상황변화 속에서 개최된다는 데서 주목되고 있다.
북한측이 이번 회담에서도 계속해서 「정치ㆍ군축문제」의 선결을 들고나올 것은 분명하지만 그간의 이러한 상황전개가 남북간 관계개선에 긍정적 요인임에는 틀림없으며,따라서 경제교류확대에도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측면에 관한한 이번 회담에 임하는 우리측 입장은 실현가능한 사항부터 물꼬를 트자는 면에서 1차회담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교류확대에 긍정적
정부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3∼4차례 회합을 가진 결과 「북한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지난 9월회담 때 물자교류,교통ㆍ통신회복 등 6개 경협안을 이미 제안,이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망라한 것으로 공은 북한측에 넘어갔으며 이제는 응답을 받아보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회담에 우리측이 전혀 준비없이 나서는 것은 아니다.
광물자원의 경우,우리측이 기존도입선을 바꿔서라도 수입할 뜻을 밝힌 데 대해 북한측이 검토 가능성을 시사해옴으로써 국내 석탄ㆍ철 등 광물수급상황 및 수입실태자료를 정리,북한측에 제시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내년예산에 남북협력기금 2백50억원,철도망 복원 10억원 등 남북경제교류와 관련해 3백52억원을 배정,남북경협확대에 대한 기초준비를 끝냈다.
○일ㆍ북 접근 새 변수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전체 회의와는 별도로 경제협의를 열도록 북한측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이는 경협창구의 제도화란 면에서 특히 우리측이 관심을 갖는 사안으로 경제기획원당국자는 이와 관련,『남북간 교역확대ㆍ합작투자 등 모든 문제는 상호대좌의 창구없이는 풀릴 수 없다』며 『우리측이 현재 차관급이 대표로 돼있는 남북경제회담을 실무자 선으로 격을 낮추더라도 공동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총리회담이 1차회담 때와 달라진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교류면에서 진전된 결과를 낳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북한ㆍ일본의 관계정상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경제측면에서도 남북한 관계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대일접근은 외환부족ㆍ기술낙후 등 북한이 안고 있는 현 경제난의 타결창구를 먼저 일본에서 찾았다는데서 배상문제 등 일본과의 경협이 일정단계에 오를 때까지는 우리측과의 경제교류확대는 뒷전으로 미뤄놓자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의 최근 잇따른 대소 비난에서도 보듯이 한소 수교도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남경화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따라 『북한이 실질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직접적인 남북교류 움직임을 표면화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현재로선 교류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기업들도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자세는 이와 비슷하다.
최경선 대한상의이사는 이번 총리회담도 만남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경제협력측면의 실질적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시멘트 도입은 거절
남북 경제교류에 관한한 최근의 상황전개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의 태도변화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한 예로 쌍용양회는 수재 이후 시멘트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여름 중단됐던 북한산 시멘트 도입을 최근 북한측에 다시 간접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북한측의 두꺼운 벽에 부딪치고 만 것이다.
최근의 한소,일ㆍ북한 접근에서 보듯 남북한 주변상황은 앞으로도 빠른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 남북총리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경협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도 물론 배제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간의 입장 차이가 현격하고 그동안 교류에 관한 축적이 너무 적어 관계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회담도 경제교류를 포함,양측 관계개선의 길로 가는 축적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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