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올림픽예선 야구 한·일전] 자네, 임자 만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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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야구 한.일전. 단 한판에 명암이 갈린다. 주어진 타석은 네 타석 정도? 네번의 스윙에 모든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 있다.

11월 7일. 무대는 일본 삿포로다.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대결.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동갑내기 슬러거의 '홈런 야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올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한국의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과 다이에 호크스를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일본의 대표 슬러거 조지마 겐지(27)가 그 주인공이다.

이승엽과 조지마는 동갑내기 대형타자다. 조지마가 두달 먼저 태어났다. 둘은 똑같이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해 9년을 뛰었다. 1995년 프로에 입단했고 꾸준히 성장했다. 팀을 옮긴 적이 없이 삼성과 다이에 한 가지 유니폼만 입은 것도 같다. 둘 다 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이번 한.일전에서 소속팀의 해결사 노릇을 할 한국과 일본의 최고타자라는 것이다.

이승엽은 올시즌 기념비적인 56홈런에 1백44타점으로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조지마 역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조지마는 수비 비중이 큰 포수이면서도 3할-30홈런-1백타점(표 참조)을 넘어섰다. 게다가 다이에의 4번타자로 한신 타이거스와의 일본시리즈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두 슬러거는 나란히 지난 28일부터 대표팀 합숙훈련에 들어가 있다. 이승엽은 자신의 텃밭인 대구에서, 조지마 역시 다이에의 안방인 후쿠오카에서 '칼'을 갈기 시작했다. 맞대결을 앞두고 본격적인 홈런포 조준에 들어간 것이다.

이승엽은 "한.일전은 기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의 대결이다.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보다 당일 컨디션과 정신력, 승부욕의 싸움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마쓰자카(세이부)를 상대로 두번의 좋은 타격(홈런과 2루타)을 보여줬지만 내가 실력이 나아서가 아니었다고 본다. 운이 따랐고 순간을 놓치지 않았기에 좋은 타구를 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선수들도 그때보다 더 좋아졌겠지만 나도 더욱 발전했다. 지고 싶지 않다. 멋진 한방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단판승부에서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잘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구=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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