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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배후엔 오바마 정부" 퍼뜨린 美라디오 DJ 최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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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버락 오바마 정부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 음모론을 전파했던 미국의 라디오 진행자가 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은 코네티컷주 법원이 전날 인터넷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존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존스는 1999년 자신이 세운 인터넷 매체 인포워스(Infowars)와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모론을 퍼뜨려왔다. 이번에 그를 고소한 원고는 샌디훅 초교 총격 참사 피해자 8명의 가족이었다. 2012년 12월 당시 20세였던 총격범 애덤 랜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교 교실로 난입, 총기를 난사해 이 학교 1학년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음모론을 전파하는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 [AP=연합뉴스]

음모론을 전파하는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 [AP=연합뉴스]

하지만 존스는 "이 참사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오바마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전파했다. 더욱이 그는 "피해자들도 실제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연기자"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음모론을 믿은 이들이 피해자 가족들의 집에 찾아가 진실을 요구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은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며 숨어살아야 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사를 할 때마다 음모론자들이 빠르게 새집의 주소를 서로 공유해 찾아왔다. 아이의 무덤에 가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NYT에 따르면 극우 성향인 존스는 이외에도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음모론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파했다. 또 그는 음모론을 전파한 자신의 인터넷 매체 '인포워스'를 통해 다이어트 보조제, 생존 용품 등을 판매해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앞서 법원은 그에게 이 매체를 통해 얻은 수익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존스는 이를 거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존스는 이번 판결 직후 진행한 라디오 방송에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유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존스의 변호인은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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