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다 살아났는데...가을 재호도 깨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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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산 베어스는 정수빈(31), 이영하(24) 등 유독 부진한 선수가 많았다. 그런데 가을이 되자 거짓말처럼 살아나 포스트시즌을 호령하고 있다. 아직 부활하지 않은 한 명이 남아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6)다.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1사 상황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LG 문보경의 타구를 놓치고 있다.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1사 상황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LG 문보경의 타구를 놓치고 있다.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김재호는 지난겨울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어 올 1월 두산과 3년간 총 2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89경기 밖에 나오지 않았다. 타율 0.209, 1홈런, 24타점 등으로 성적도 부진했다. 왼쪽 어깨가 좋지 않아 타격은커녕 수비도 불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던 지난 7월 서울 잠실구장 훈련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부인을 데려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의 노련함을 높이 샀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었고 경기 후반에 대수비로 내보냈다. 그런데 번번이 실책을 범했다.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선 8회 초 박병호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수로부터 온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지난 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7회 초 김현수의 땅볼을 놓쳤다.

단기전에선 사소한 실수가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공교롭게도 김재호의 실책이 나온 경기는 모두 졌다. 김 감독은 "김재호가 실수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실수이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팔 상태가 좋지 않아서 타격은 못 하지만 경기 상황을 보고 후반에는 대수비로 기용될 수 있다"고 했다.

김재호에게도 가을 DNA는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서 83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지난해는 KT 위즈와 플레이오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4경기에서 타율 0.333(14타수 4안타)을 치더니,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에선 6경기에 전부 나와 타율 0.421(19타수 8안타), 7타점 등으로 맹활약했다. 수비에서도 준수한 모습이었다. 김재호까지 9일부터 시작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에서 깨어난다면 두산의 미라클은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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