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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로 환자 늘자....수도권 대형병원에 병상 동원령 또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또다시 수도권 22곳 상급종합병원 등을 대상으로 병상 동원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5일 행정명령으로 준중증 환자 병상을 4주 뒤까지 1.5%씩 확보하게 하고, 향후 환자가 더 늘면 중증 병상도 현재 전체의 1.5% 수준에서 2.5%까지 확대해 동원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준중증 병상 1.5%, 중증 병상은 기존 1.5%→2.5%로 확대 검토 #"다른 중환자 돌볼 여력 없어져...호텔방 빼듯 병실 확보 안돼"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후 중증 환자 병상을 운영 중인 22곳 수도권 대형병원 대상 긴급 화상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내용의 추가 병상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이르면 5일 긴급 행정명령을 내려 4주 뒤까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국립대병원 22곳에 준중증 환자 병상을 1.5%씩 확보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준중증은 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거나, 증상이 개선됐지만 일반 병실로 곧바로 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 대학병원 원장은 통화에서 “그간 상급종합병원은 위중증 환자를 집중해서 보고, 증세가 호전되면 지역 전담병원 등으로 스텝 다운(Step-Down)하게 했는데 이를 병원 내에서 하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3일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에 준중증 환자 병상을 추가 확보해 중증환자 상태가 좋아졌을 때 한 병원 내에서 일반 간호사들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식의 효율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전체 병상 대비 코로나19 중증병상 확보 명령을 현재의 1.5%에서 2.5%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늘 것에 대비해 1% 포인트씩 중증 병상을 더 동원하려는 것이다. 병원들이 준비할 수 있게 5일 예비 행정명령 식으로 이 같은 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처음 민간병원 대상으로 1%의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올 8월 이 비율을 1.5%로 확대했는데,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세 번째 동원령을 또 검토하는 것이다.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17시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은 52.6%(584병상) 정도 가용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확진자의 80%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이미 61% 가량 병상이 차 269병상(서울 149개, 경기 97개, 인천 23개) 정도 남았다. 위중증 환자는 365명(4일)으로 통상 신규 확진자의 1.5~2% 정도가 중환자로 이환하는 걸 고려하면 2주 후쯤부터 위중증 환자가 더 큰 규모로 늘 수 있다. 특히 최근 고위험군인 고령층에서의 확진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접종자의 경우 중증 이환을 어느 정도 막아주겠지만, 예방 효과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만큼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규모에 연동해 일부 늘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이미 우려 상황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미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에서 중환자 병상이 차 버리면 다른 데가 안 차더라도 서킷 브레이커(비상 계획)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한다.

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대다수 대형병원은 그러나 정부의 병상 추가 확보 요구에 난색을 보인다. 인력, 공간도 문제지만 일반 중증 환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 환자를 더 보게 되면 일반 중환자의 병상은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앞선 대학병원 원장은 “정부 요구대로 준중증 병상을 1.5% 확보하려면 병동 하나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중환자실이 다 차 있는데 코로나19 외 다른 중환자 치료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환자를 못 받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뉴스1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성인 중환자실로 보면 이미 15~20% 정도는 코로나 환자로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늘리면 상급종합병원 고유 역할인 중환자 치료를 포기하란 것”이라며 “정말 위중한 분들이 치료를 못 받게 되고 중환자 수술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호텔 방 빼듯이 병실을 확보하려 하는데 인력이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에는 일반 중환자보다 4~5배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한정적인 치료 인력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병상 숫자만을 늘린다는 것이다.

중수본은 4일 회의에서 이 같은 병원들 우려를 공감했으며, 5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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