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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의 변신..문재인과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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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 팔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11.2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 팔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11.2 국회사진기자단

보수철학 ‘성장’을 1호 공약으로

‘조국수호’김남국 수행실장 하차

1.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이재명은 2일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총동원돼 ‘원팀’을 자랑하는 축제로 치러졌지만..그건 모양갖추기에 불과하고..실제로 중요한 건 이재명의 연설 내용입니다.

2. 가장 중요한 1호 공약을..이재명은 ‘성장 회복’이라고 밝혔습니다.
성장과 분배는 정반대개념입니다. 보수가 성장이라면 진보는 분배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을 우선 높이겠다는 ‘분배 정책’입니다.
지금까지 이재명이 강조해왔던 ‘기본소득’도 ‘분배’입니다. 기본시리즈가 1호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정반대로 보수 경제철학을 ‘1호’로 선택했니다.

3. 이재명은 심지어 ‘박정희’까지 소환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습니다..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위한 에너지정책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만..박정희를 끌어들인 대목이 의외입니다. 이재명은 지금까지 박정희의 산업화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4. 이재명이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사과입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강한 비판입니다.

‘높은 집값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립니다.(고개 숙여 사과)..이재명 정부에선 이런일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5. 이날 출범한 선거대책위원회 인사에서도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이재명은 수행실장을 김남국 의원에서 한준호 의원으로 바꿨습니다.

김남국은 ‘조국 수호대장’으로 불리는 ‘친문핵심’입니다. 이재명은 지난 7월 당내 경선을 위한 캠프를 꾸밀 때 김남국을 수행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수행실장은 항상 옆에 붙어다니며, 동영상을 보면 늘 같이 등장하는 분신입니다. 김남국 자체가 친문 득표전략이었습니다.

6. 김남국은 ‘조국을 비판해온 이재명을 수행한다’는 자기모순과 주변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진심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진영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열혈 초선입니다.
그런데 당내경선이 끝나자 이재명은 친문 김남국을 버리고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를 선택했습니다. 친문 색을 뺌으로써 중도층을 배려했습니다.

7. 이재명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권력을 잡기위해 필요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도 계파도 바꿀 수 있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건 문재인과 차별화다. ’

이재명은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체득한 현실정치의 달인 같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