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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의원 선거서 여당 승리..자민당, 단독 과반 가능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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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31일 민심의 판단을 받았다.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해 정권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자민당 의석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여 1당 독주 체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31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선거본부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보들의 이름에 꽃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선거본부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보들의 이름에 꽃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한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의석 465석 중 212~253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연립 정당인 공명당(27~35석)과 합쳐 과반이 확실시된다.

자민당 단독으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NHK는 "아슬아슬하다"고 전망했지만, 민영방송 TV아사히는 자민당 의석을 243석, 니혼TV는 238석, TBS는 239석으로 예상해 단독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자체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이 220〜268석 예상으로 단독 과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재(109석)에서 소폭 의석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러 출구 조사에서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가 현재(11석)의 3배가 넘는 40석 이상을 얻는다는 결과가 나와 공명당을 누르고 제3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실시된 이번 중의원 선거에선 지역구(소선거구) 289명, 비례대표 176명 등 총 465명의 의원이 선출됐다.

'자민당 독주 체제'에 대한 평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에서 열린 이번 선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스가 요시히데(菅義偉)·기시다 정권으로 9년 가까이 이어진 '자민당 1당 독주체제'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31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중의원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중의원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민당은 지난 2012년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뒤 실시된 세 번의 중의원 선거에서 모두 단독 과반을 크게 넘는 대승을 거뒀다. 직전 선거에선 276석을 얻어 공명당(29석)과 합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자민당의 얼굴'이 전임 스가 총리에서 기시다 총리로 바뀐 것도 이때문이다. 새 총리 하에 치른 이번 선거에서 단독 과반인 233석만 확보해도 '합격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선거 전문가인 도호쿠대 요시다 히로시(吉田浩) 교수는 일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찬성과 반대로 명확히 갈릴 만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결국 새로 시작된 기시다 정권에 기대감이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코로나19 대책,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 대책,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 외교·안보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베·스가 정권의 정책을 대부분 물려받았지만 성장에 중점을 뒀던 '아베노믹스'와 선을 긋고 '분배'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31일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가 도쿄 신주쿠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가 도쿄 신주쿠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입헌민주당 등 야권은 10년 동안 이어진 자민당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소비세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입헌민주당·공산당·국민민주당·레이와신센구미·사민당 등 5개 야당은 지역구 289개 중 200개 이상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하며 집권 여당에 맞섰다. 정권 교체에는 실패했지만, 단일화를 통해 대안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본 유신회 부상, 한·일 관계 변수될 듯"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는 한·일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게 일본 관가의 중론이다.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여론을 자극하기 쉬운 한·일 관계는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않았다. 오쿠노조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한 후 단단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해야 관계 변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극우 성향인 일본유신회의 부상이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민당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 31일 자민당 선거본부에서 보고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 31일 자민당 선거본부에서 보고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 내 2인자로 이번 선거를 이끈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 가나가와 13구에서 야당 후보에 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마리 간사장이 떨어질 경우 자민당 창당 후 최초의 간사장 낙선으로 후임 인사를 둘러싼 당내 파벌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의 아들이자 현역 자민당 중진 의원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간사장은 도쿄 제8선거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요시다 하루미(吉田晴美) 후보에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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