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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직업 따지고, 면접 통과해야 입학하는 ‘독(dog)카이캐슬’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우 조승우씨의 반려견 '곰자'는 최근 유치원 가방꾸미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오른쪽은 곰자가 인형이 달린 가방 옆에 서있는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조승우씨의 반려견 '곰자'는 최근 유치원 가방꾸미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오른쪽은 곰자가 인형이 달린 가방 옆에 서있는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배우 조승우 씨의 반려견 ‘곰자’가 유치원 가방 꾸미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흔한 천 가방에 곰자가 좋아하는 인형들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에 반려인들은 엄마아빠 미소를 지으며 공감했다.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을 입양해 극성 학부모가 된 배우의 따뜻한 마음씨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곰자처럼 견주가 출근하는 동안 유치원을 다니는 반려견이 늘고 있다. ‘개통령(개 대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등장하면서 개를 빈집에 홀로 두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고,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위탁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아닌 짐승에게 유난 떤다’는 일각의 비난에도 강아지를 자식처럼 아끼고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반려인은 급증하고 있다.

유치원서 놀고, 공부하고, 낮잠 자고, 반장도 선출해  

반려견들이 강아지 유치원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촬영 시 얌전히 포즈를 취하는 것도 훈련 과정의 일부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들이 강아지 유치원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촬영 시 얌전히 포즈를 취하는 것도 훈련 과정의 일부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 유치원은 어린이 유치원과 거의 같다. ‘강아지 원생’들은 오전 8~9시 펫버스를 타고 등원해 1교시 놀이 시간, 2교시 예절 교육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낮잠, 3·4교시 야외 활동 등 다양한 일정으로 시간을 보낸다.

반려인은 강아지 가방에 간식과 장난감을 싸주고, 유치원 선생님은 식사와 배변, 교우 관계 등을 빼곡히 적은 알림장과 함께 반려견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설날·추석·어버이날·스승의날과 생일 파티를 챙기는 건 기본이다.

예절 교육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배변을 완벽하게 가리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은 모범 강아지는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받고, 가장 많은 스티커를 모은 강아지는 월말에 반장으로 선출된다.
항간에는 견주가 아침 등원 때 유치원 선생님에게 흰 봉투를 내미니 아이가 ‘반장’ 목걸이를 차고 나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세심한 서비스”

반려견은 유치원에서 놀이 시간, 예절 교육 등의 시간을 보낸다. 사진 언스플래쉬

반려견은 유치원에서 놀이 시간, 예절 교육 등의 시간을 보낸다. 사진 언스플래쉬

유치원 비용은 견종과 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평균 하루 3만~5만원, 주 5회 이용 기준 한 달 50만~100만원 선이다. 이밖에도 피부 개선 위한 스파 프로그램, 고령견을 위한 수중 러닝머신 등 추가 서비스를 선택하면 하루 최대 80만~100만원의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강남의 한 애견 유치원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반려인에게 유치원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바쁜 일정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유치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얼마나 더 세심하게 반려견을 돌보고, 사고 없이 안전하게 아이를 데려다주는지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견주 면접 3차까지 보는 미국 반려견 유치원  

보통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하면 월 50만~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보통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하면 월 50만~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 유치원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낯선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이미 강아지 교육 관련 산업이 자리를 잡았다. 미국애견연맹은 1989년부터 CGC(Canine Good Citizen·반려견 예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험을 통과한 개들에게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개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차분하게 행동하는지, 다른 개를 만났을 때 공격하지 않는지 등을 시험하는 CGC 자격시험에 매년 10만 마리 이상이 응시한다.

심지어 일부 미국 반려견 유치원은 아무나 입학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씨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고급 유치원은 서류 심사와 면접 등 견주가 3번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서동주 씨는 “하루 이용료가 1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견주의 직업과 출퇴근 시간도 세심하게 살피고 핼러윈 때 코스튬을 입혀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등 섬세한 서비스로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창업 가능한 유치원, 사고 시 피해보상 어려워  

아직 유치원의 개념이 낯선 한국에서는 미국의 반려견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핼러윈을 맞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아직 유치원의 개념이 낯선 한국에서는 미국의 반려견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핼러윈을 맞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 반려 인구 1000만명을 돌파한 한국에서 반려인을 겨냥한 신사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약 2조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은 지난해 3조 4000억원대로 성장해 오는 2027년까지 6조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에서도 반려견 호텔·유치원·카페 같은 위탁 시설은 수의사 혹은 애견 미용사와 같은 국가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았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만,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가격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견 위탁시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훈련사의 실수 또는 폭행으로 반려견이 사망하거나 다른 반려견에게 공격받아 다치더라도 적절한 사과조차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고가의 이용료만큼 제품과 서비스가 효과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동물을 악의적으로 활용해 고수익을 올리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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