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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인생을 건다 vs 단지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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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주는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선수.

재주는 있지만 이기고 싶어하지 않는 선수.

감독 입장에서 가장 한심한 선수를 꼽으라면 이런 스타일 아닐까. 재주라도 없다면 아예 내쳐버릴 텐데, 그 잘난 재주가 팀에서는 제일 돋보이니 말이다.

마쓰모토 다이요(39.松本大洋)의 탁구 만화 '핑퐁'(애니북스)에는 이런 두 명의 선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탁구 연습을 빼먹기 일쑤인 호시노 유타카와 '탁구에 인생을 거는'노력파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냉소적인 쓰키모토 마코토는 가타세 고교의 탁구부원. 이들 앞에 어느날 중국 유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콩웬거가 이웃 고교로 스카우트되어 나타나고, 고교 탁구의 제왕으로 불리는 가이오 고교의 에이스 가자마 류이치는 올해도 건재하다. 쓰키모토에게서 자신의 젊은 날 모습을 발견한 가타세 고교 탁구팀 고이즈미 코치는 전국 고교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그를 혹독하게 조련하기 시작한다.

이 만화 속 주인공들은 오로지 탁구를 위해 살고 있다. 하지만 탁구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르다.

"즐거우면 돼.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플레이를 위해 뭔가를 희생한다든가, 이기기 위해 누군가를 잡아 끌어내리고 싶진 않아."(쓰키모토)

"이 별에서 짱 먹고 싶어, 나는!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한다는 소리야, 이건. 내 꿈이라고. 이 점이 너랑 달라."(호시노)

그런 면에서 농구천재 서태웅과 농구의 맛을 점점 알아가는 강백호가 등장하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이 진지함과 코믹함을 번갈아 적절하게 구사하는 반면 '핑퐁'의 주인공들은 진지하다. 그렇게 묵직한 작품의 분위기는 그래서 '슬램덩크'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은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속도감을 만화로 표현하기 위해 저자인 마쓰모토 다이요는 어안(魚眼)이나 광각렌즈를 사용한 듯한 지면을 선보이며 연출에 공을 들였다. 승자와 패자, 천재와 범재가 맞붙어 벌이는 승부는 이런 다양한 기법을 통해 지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전 5권으로 현재 두 권까지 양장본으로 출시됐다. 2002년 일본에서 개봉된 동명 영화도 DVD로 나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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