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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근육질 몸매, 슬픈 눈빛 … "누님들 놀랐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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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권투 스파링 파트너 역 … 후줄근한 운동복에 더벅머리
"사랑스러운 꽃미남 이미지 잊어 주세요"

대한민국 누님들이 바빠지게 생겼다. 13일 첫 방송되는 KBS-2TV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모습을 드러낼 현빈(24) 때문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후 1년4개월 만의 TV출연이다. 벌써부터 그의 해맑은 피부를 떠올리는 누님들은 그러나 놀라리라. 피부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그의 굵어진 팔뚝 때문이다. 사각 링에서 스파링을 하는 그의 팔은 예전 삼순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섬세한 재벌 2세의 그것이 아니었다.

"드라마 출연 결정하고 운동부터 시작했어요"라는 현빈은 "일부러 수염도 길러서 저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그동안의 꽃미남.연하남의 족쇄가 지겨워진 것일까. 기존 이미지를 확 바꿔보려고 변신을 시도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꽃미남이란 말, 그래도 듣기 좋아요. 못생겼다는 말보다는 낫잖아요"라고 답했다.

'눈의 여왕'에서 현빈은 복싱 체육관 스파링 파트너 역을 맡았다.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과 덥수룩한 머리는 기본이다. 현빈은 고교 시절 수학에 천재성을 드러냈으나 절친한 친구가 죽자 세상과 담을 쌓고 권투에만 매달리게 된 인물 '태웅'을 연기한다. 상대역 성유리는 근무력증이란 병을 앓으며 부잣집에 갇혀 사는 오만방자한 '보라'라는 아가씨 역을 맡았다. 둘의 얼음 같은 마음에 사랑의 불꽃이 튄다는 이야기가 '눈의 여왕'이다. 한동안 안방극장에서 뜸했던 슬픈 멜로의 전형이다.

현빈이 주연을 맡았던 '…김삼순'이나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코믹 코드가 강했다. 시청자를 즐겁게 끌어들일 요소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눈빛 연기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준 그였지만, 슬픔을 가득 안고 사는 주인공 역을 맡아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할 듯하다.

"감독님부터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까지 아주 욕심쟁이들만 모였어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감독님이 오케이 하고도 카메라가 '다시 한번' 하고 소리치면 똑같은 장면 다시 찍고, 조명이 '별로야'하면 또 해야 해요. 그런 게 저도 좋은 걸 보면 저도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겠죠. 그나저나 시사회 때 1회 방영분을 어떻게 보셨어요?" 호기심 가득한 그의 질문에는 욕심이 뚝뚝 묻어났다. 세 살 연하로 나오는 성유리는 아역 배우가 따로 있었는데, 자신은 고등학교 1학년생 역할을 해야 했다며 "아역 배우와 너무 나이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던가요?"라고 되물었다.

'눈의 여왕'은 '미안하다, 사랑하다'를 만들었던 이형민 감독이 윤석호 감독의 제작사 윤스칼라로 옮긴 후 만든 첫 작품. 영상미라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인물들이 감독과 제작자인지라 첫 장면부터 뉴질랜드의 광활한 눈밭에서 시작한다. 그 장면에서 현빈은 하나의 점으로 등장한다. 이 뛰어난 영상 연출자, 색채 마술사들과 일하는 기분은 어떨까.

"영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연기가 압도당하지는 않겠느냐고요? 제 연기 변신에 초점 맞춰 봐주시면 좋죠. 그래도 그림이 잘 나오면 배우는 기분이 좋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안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저를 보실 수 있을 테니까요."

꽃미남 소리도 듣기 좋다, 장대한 영상도 겁나지 않는다는 현빈은 분명히 '컸다'. 자기를 틀 안에 가둬두고 그 틀을 깨부수지 못해 안달하는 대신, 모두 품고 가보겠다고 호언장담할 만큼 자신감을 가졌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연기를 쉬는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사람들 시선은 되도록 의식 안 하려고 했어요. 하긴 머리.수염 기르고 인사동을 돌아다니니까 못 알아보시던데요."

최근 현빈은 장동건의 소속사인 스타엠엔터테인먼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현빈은 "동건이 형이 드라마 시놉시스를 보고 재미있겠다고 하더니, 머리 스타일을 이렇게 해봐라는 등 틈나는 대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형의 스타일과 연기도 멋있지만, 생각하는 것, 사람 대하는 법을 보면 배울 게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금 이대로의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우리는 조만간 '꽃미남' 출신의 진정한 배우 하나를 얻게 되지 않을까.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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