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폰 안돼" 버스서 울린 다급한 여고생 목소리, 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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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경찰서가 만든 메신저 피싱 피해 예방 홍보영상. [사진 해운대경찰서]

해운대경찰서가 만든 메신저 피싱 피해 예방 홍보영상. [사진 해운대경찰서]

“엄마 난데, 핸드폰이 고장 나서 이걸로 연락해, 근데 엄마가 좀 해줄 게 있는데…”

29일 부산 해운대 올림픽교차로역을 지나는 31번 시내버스 스피커에서 정거장 안내 음성이 나온 뒤 갑자기 여고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누군가 통화모드를 스피커로 해놓은 줄 알고 놀란 시민들은 여고생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잠깐, 혹시 속고 있진 않나요?”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알고 보니 해운대경찰서가 만든 메신저 피싱 피해 예방 음성이었다.

이어 “자녀 사칭 피싱 범죄, 일단 멈추고 확인하세요.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오며 메신저 피싱 피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해운대경찰서는 버스 회사의 협조를 받아 도착지 안내 음성 뒤에 메신저 피싱 피해 예방 방송을 넣었다.

음성은 자녀가 휴대전화 고장으로 인해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자 등을 이용해 급하게 말을 걸어오는 상황을 연출했다.

31번 올림픽교차로 역에서 하차한 A씨는 “처음에 엄마하고 부르길래 뒤돌아볼 정도였다”며 “안내방송인 걸 알고서 유심히 들어보니까 며칠 전 내가 실제로 받은 문자와 내용이랑 똑같았다”고 말했다.

해운대경찰서는 50대와 60대가 전체 피싱 범죄 85.8%를 차지하기 때문에 노선 중 해당 연령대 승객이 많이 탑승하는 버스를 지정해 음성을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자녀 사칭형, 정부 기관 사칭형 사례가 담긴 메신저 피싱 예방 홍보 음성을 다음달 29일까지 방송한다. 총 6대(1002번, 107번, 144번, 31번, 155번, 200번)의 버스에서 하루 1200차례 송출된다.

금융감독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감소하고 있으나 가족과 지인을 사칭해 문자를 보내는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5.4%로 대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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