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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없어서 광고 안 해"…공급 대란에 구글·페북도 휘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공급망 병목현상의 충격이 일파만파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것을 넘어, 광고 가뭄으로 인한 빅테크 실적 악화 우려까지 빚어지고 있다. 물류 대란으로 제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소매업체들이 광고에 돈을 쓰지 않으며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디지털 광고 사업 비중이 큰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공급망 대란에 따른 빅테크 위기론이 불거진 건 지난 21일이다. 사진 중심의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이다. 스냅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7% 증가(10억7000만 달러·약 1조2600억원)했지만 시장 전망치(11억달러)에는 못 미쳤다.

스냅챗 앱. [로이터=연합뉴스]

스냅챗 앱.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한 건 4분기 전망치였다. 스냅은 4분기 매출을 시장 예상치(13억6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11억7000만∼12억1000만 달러로 예측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시장의 불황 때문이다. 맞춤형 광고를 제한하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조치 영향도 있지만, 스냅 측이 매출 감소의 더 큰 원인으로 본 건 물류 대란이다.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 경영자(CEO)는 “광고 파트너들이 공급망 중단과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며 “공급 제한으로 인해 광고를 통해 추가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욕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걸의 발언 직후인 지난 22일 스냅의 주가는 하루 사이 26.59%나 폭락했다.

광고 위기에 급락한 알파벳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위기에 급락한 알파벳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가뭄에 대한 두려움은 빅테크 업체 전반으로 퍼졌다. 이날 페이스북(-5.05%), 트위터(-4.83%),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2.91%)의 주가가 급락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큰 대표적인 회사다. 알파벳도 유튜브 광고와 구글 검색 광고 등에서 많은 매출을 올린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쇼핑 시즌이 자리 잡은 4분기는 광고 시장 대목이다. 웰스파고의 스티븐 카홀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통적으로 이때 많은 소매업체와 공급업체는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광고 위기에 급락한 페이스북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고 위기에 급락한 페이스북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물류 대란으로 제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공급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장난감·자동차·가구 업계 등을 중심으로 광고비 지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장난감 전문 매체 토이인사이더의 제임스 잔 편집장은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장난감을 광고할 수는 없는 탓에 마케팅이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큰손인 전자제품과 자동차·소비재 브랜드가 공급망 대란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의 한 장난감 쇼핑몰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영국 런던의 한 장난감 쇼핑몰의 모습. [EPA=연합뉴스]

위기감이 커지는 건 빅테크뿐만 아니다. 씨티그룹은 옴니컴과 퍼블리시스, 인터퍼블릭과 같은 글로벌 광고대행사의 4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티브 킹 퍼블리시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공급망 문제로 상품이 부족하면 광고 등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알파벳과 트위터(26일) 등으로 이어지는 빅테크의 3분기 실적 발표는 광고 가뭄의 충격을 가늠할 자리가 될 전망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구글과 페이스북도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공급망 위기가 광고 부문에 미치는 여파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들 회사에 공급망 대란은 진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빅테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설립자 댄 나일스는 미 CNBC 방송에 “업체들은 제품이 없을 때 광고를 하지 않는다"며 "구글도 영향을 받는 만큼 알파벳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FT는 “전통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제품 자체를 홍보하는 실적 광고가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광고보다 취약하다”며 “스냅 발 위기론은 이번 공급망 대란이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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