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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NDC 40% 불가능…이상 아닌 현실적 목표 수립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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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2030년이 8년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사이 탄소배출량을 40%나 줄일 수 있을까. 이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목표가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감축 계획을 놓고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계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도한 목표를 설정해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8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것보다 더 강화한 목표를 내놨다.

산업계는 이에 대해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만 높게 잡고 있다고 반발했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이미 탄소배출 효율을 42% 이상 개선했기 때문에 추가 감축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업계는 “탄소 감축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발표안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술 상용화 등 현실적 제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발전부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사업장 배출량을 2017~2019년 3개년 평균 대비 1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이 때까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연간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저배출 기술도 개발하고 있지만 적용은 먼 미래의 얘기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은 2030년대 중반 이후에야 상용화할 수 있고 설비에만 30조~4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검토하는 단계로 연내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에 4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와 시멘트업계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 계획을 내놨지만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 2030년까지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맞춰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바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탄소감축을 위한 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모순적 상황도 발생한다.

“과도한 목표 설정, 수출·일자리에 타격”

경영계는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기업 중 84.1%는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제조원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탄소배출권 구매 등에 따른 기업 부담이 늘고(39.5%)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상 감축여력에 한계가 있으며(34.9%) 탄소감축 기술 상용화가 불가하다는 점(18.6%),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어 전력요금 부담이 커질 것(7%)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전경련은 8일 논평을 통해 일정에 쫓겨 충분한 의견 수렴과 분석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감축 목표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달성에 소요될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추계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민과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당사자이면서도 얼마나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을 더 줄이려면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의 미래기술이 필요한데 2030년까지 이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현재 기술수준과 감축여력을 고려해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도 “국내 제조업은 국가주력산업으로 수출과 일자리 비중이 막대하다”며 “산업 현실과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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