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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협박 사건에 아들·딸 잃었다…경찰 초동수사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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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군대 선·후임으로부터 금전적 협박을 당하다 제대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준호씨(22)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의 부실 수사를 성토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도끼 협박 사망 사건의 어이없는 초동수사, 누나의 죽음까지 초래한 경찰과 파렴치한 가해자들을 엄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이 "8월 한 달 동안 삼 남매 중 둘째 딸과 막내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라고 밝히고 "부실하기만 한 경찰의 초동수사로 기가 막히고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정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월 8일 오전 김씨의 아파트에는 김씨와 함께 군 복무를 했던 선임 A씨와 후임 B씨, 각서를 담당한 C씨가 찾아왔다. 이들은 손도끼를 든 채로 김씨에게 "1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들은 제 아들을 팬티만 입힌 채 머리채를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손도끼로 콘크리트를 찍는가 하면 옥상 바닥에 무릎을 꿇리고 각서를 쓰게 했다"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아들의 공포감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모든 정황상 누가 보더라도 단순 자살이 아니고, 3명이 확실히 공범인데도 사건 당일 군사 경찰에 체포된 후임과 다르게 선임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진술만 받고 풀어줬다"며 "중학교 동창인 C씨는 참고인 진술도 받지 않은 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그냥 기다리라는 무성의하고 심지어 위압적으로 들리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피해가 있을까 두려워 고분고분 따랐지만, 결국 경찰의 엉터리 늑장 수사에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절박한 수사는 남은 유가족의 몫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또 청원인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랠 시간도 없이 동생의 처참한 주검을 목격한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를 간직한 상태에서도 증거를 찾아 동분서주하던 둘째 딸마저 돌연사하는 비극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혐의가 차고 넘침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들의 사망 사건을 성급하게 단순 자살로 결론 짓고,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어이없는 부실 수사와 둘째 딸의 죽음까지 초래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찰은 남매의 죽음에 또 다른 가해자이자 공범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끝으로 청원인은 "경찰의 초동수사는 '부실 수사' 투성이었다. 사망 사건의 증거물을 무시하고 반려하기까지 했다. 딸들이 애태우며 증거를 찾아다녔다"면서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3명의 악마가 죄책감 없이 활보할 수 있게 놔둔 경찰 관계자와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유족들은 지난 9월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을 올렸으나, 당시엔 8만여 명이 동의하면서 답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청원글은 7일 오후 2시 현재 약 1만 6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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