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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정지 부른 응급실 13번 퇴짜…이유는 "코로나 의심"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119구급차가 비상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119구급차가 비상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발열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받아 응급실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2959명의 발열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0세 이상이 1384명(46.8%)으로 고령 환자에 대한 거부 횟수가 절반 가까웠다.

지난 5월 광주에 사는 80대 여성 A씨는 뇌경색 증세를 보여 구급차를 불렀다. 그러나 열이 37.5도였던 까닭에 14번이나 병원을 옮겨야 했다. 오후 4시 47분에 구급차를 처음 탔던 A씨는 2시간도 더 지난 6시 54분에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만 2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또다른 50대 여성 B씨 역시 열이 39도까지 오른 탓에 13번 이상 병원을 찾아 돌아다녔다. 의식이 희미해졌던 B씨는 중간에 심정지가 나타날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다. 오후 11시 20분에 처음 구급차를 탄 B씨는 한시간 넘게 지난 이튿날 자정 30분이 돼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이들의 진료를 거부한 병원들은 ‘병상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로 병상이 부족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각 지자체 소방재난본부 담당자들도 코로나19 의심으로 진료나 입원이 거부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유행 시 응급실 운영 권고안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원 선정이 어려운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의료지도를 요청하고, 지도의사가 해당 시·도의 중증응급진료센터 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수용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도의사가 수용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강기윤 의원은 “열이 나서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응급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침해”라며 “응급실 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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