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과정서 ‘히잡 쓸 건가’ 질문…인권위 “그 자체로 차별”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채용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이 히잡(이슬람권에서 여성이 머리를 둘러싸는 형태로 두르는 천) 착용 의사를 묻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4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한 비정부기구(NGO) 통·번역 인턴사원에 응시했던 A씨는 자신의 면접 과정과 관련해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한 NGO의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부터 “여기는 여러 국가의 사람이 근무하고 있고, 다른 국가의 이슬람 신도 직원들은 한국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고 근무했다”며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차별적 질문을 받은 뒤 채용에서 탈락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피진정인인 면접관 측은 “(당시) A씨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소란에 가까운 행패를 부렸다”며 “A씨는 히잡 착용 여부와 무관하게 면접 지각 및 자기소개서 미첨부 등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고, 어휘 능력에서도 정확성과 이해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채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A씨가 히잡 착용 여부를 이유로 인턴 채용에서 탈락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히잡 착용 관련 질문은 그 자체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고, 질문에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것이 A씨에겐 히잡을 착용하면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A씨가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채용되더라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하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사례 등을 언급하며 “면접 심사는 면접관과 지원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질문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것이라면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업무 내용과 무관한 종교 관련 질문 등으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며 해당 NGO 측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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