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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美 아프간 여인, 비키니 차림에 고국서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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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주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미스 어스(Earth)대회 수영복 심사에서 매력적인 한 여성이 빨간 비키니 차림으로 무대에 나타났다. 긴 검정머리의 미녀는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라는 띠를 본 카불 시민들은 경악했다. 2년 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부르카를 온몸에 뒤집어써야 하고 신체 노출은 상상도 못할 행동이기 때문이다.

'붉은 비키니 사건'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생인 비다 사마자이(25.사진). 1996년 탈레반 정권의 탄압을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적은 아프가니스탄. 캘리포니아에 사는 그녀는 "부르카를 벗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출전했다.

사마자이의 비키니 차림을 본 조국의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최고재판소는 29일 "사람 앞에서 몸을 드러내는 여성은 이슬람법에 반하는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주미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사마자이는 정부가 인정한 대표가 아니다"고 발표했다. 대회에서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사마자이는 조국의 여성과 난민을 지원하는 미국 시민단체의 회원 자격으로 다음달 카불을 방문하는 등 여성교육 기금을 마련하는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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